인권위 ‘성희롱 사례집’ 발간
“야동 주인공 닮았다”면 성희롱
악수할때 손바닥 긁으면 성희롱
악수할때 손바닥 긁으면 성희롱
“(입고 있는) 그 티셔츠 맘에 든다. (내가) 입어보게 벗어봐라.”
2007년 6월 어느날. 직원이 5명 정도 되는 소규모 행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김아무개(24·여)씨는 같은 부서 팀장인 장아무개씨한테서 ‘티셔츠를 벗어보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진한 색 티셔츠를 입은 날은 티셔츠를 벗으면 바로 속옷이어서, 김씨는 성적 굴욕감을 느꼈다.
“○○○(인터넷 저장 사이트)에 올려진 동영상을 봐라. 많이 닮았다. 이거 네가 맞지 않느냐.”
2008년 3월7일. 광고인쇄업체에서 일하는 최아무개(24·여)씨는 사장 이아무개(42)씨에게서 특정 동영상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알아보니 음란 동영상이었다. 사장은 이미 최씨에게 여러 차례 성적 발언을 한 적이 있었고, 급기야는 음란 동영상을 확인하라는 지시까지 한 것이다. 최씨는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이런 발언과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각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진정인에게 손해배상금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2007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접수한 성희롱 진정 532건 가운데 32건을 소개하는 <성희롱 시정권고 사례집>을 30일 발간했다. 김찬식 인권위 차별조사과 조사관은 “2001년 여성부 산하 남녀차별개선위원회가 성희롱 여부를 조사해 성희롱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 권고를 시작한 지 9년이 넘게 흘렀고, 성희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것 같지만, 성희롱 진정 건수는 매년 150건에 이른다”며 “실제 성희롱 사례를 담은 책자를 통해 성희롱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바로잡고 성희롱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례집을 보면 은밀한 손동작, 성적 내용이 담긴 편지를 건네는 일 등도 성희롱에 해당한다. 강원도의 한 관람시설에서 일하는 손아무개(22·여)씨는 “(남성인) 직장 상사가 항상 쓸데없이 악수를 하면서 검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긁었다”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이 행위가 성행위를 제안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찬식 조사관은 “가해자는 그런 의미를 몰랐다고 하지만, 성희롱은 가해자가 의도나 동기를 가지지 않았더라도 성립한다”며 “성희롱은 피해자 개인에게는 폭력이고, 사회적으로는 적대적 고용환경을 만들어 사회적 손실을 낳는 만큼 각급 기관·기업·개인들이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례집은 인권위 누리집(www.humanright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