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모호해 명확성 원칙 어긋나
비판받는 지침 법률화 시대 역행”
비판받는 지침 법률화 시대 역행”
‘공안사범’ 규정을 신설해 이들을 합법적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반대 뜻을 밝혔다.
인권위는 9일 공안사범 규정을 법에 명시하기 위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과 관련해 “신설 조항의 표현이 모호하고 기본권 제한의 본질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냈다.
인권위는 이어 “개정안의 ‘국가안전 위협·사회 혼란 조성’은 문구가 너무 모호하고 광범위해 정당한 집회·시위의 자유 행사도 사회 혼란에 포함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고, 중요한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해 헌법의 ‘명확성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법 개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유선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게 표명했다. 인권위는 진정사건 등에는 ‘권고’를, 법안 등에 대해선 ‘의견 표명’을 하지만, 이들 조처에 법적 강제력은 없다.
이에 앞서 권경석·고승덕·신지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2명은 지난달 3일 공안사범의 정의와 관련 자료의 관리를 명문화하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들이 발의한 법률안의 제2조 10호는 “공안사범이란 내란·반란·변란 목적범 등 국가안전을 위협하고 사회 혼란을 조성하는 자를 말하며, 대상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고 있다. 또 제5조의 3에서 “법무장관에게 공안사범에 관한 자료 관리, 활용, 공조 권한을 부여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1981년 제정된 대통령 훈령 ‘공안사범자료관리규정’과 법무부의 ‘공안사범 자료 전산처리 지침’을 근거로 공안사범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미 공안사범에 대한 정보를 법률이 아닌 지침·훈령 등으로 관리해와 위헌이라는 비판이 계속됐고, 검찰에서도 해당 지침이 이미 사문화됐다고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새 법을 만들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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