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여권 발급 빌미로 양심의 자유 침해”
외교장관에 관행 시정·재발방지책 권고
외교장관에 관행 시정·재발방지책 권고
조선국적의 재일조선인 오인제(27)씨는 지난 5월17~20일 한국에 입국하려고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영사에게서 ‘국적을 바꾸라’는 권유를 여러 차례 들었다. 오씨는 5월23일 성균관대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치르기로 돼 있었다. 오씨는 21일 한국 국적취득을 조건으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유학을 위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영사관 문을 두드리자 영사관은 재차 국적 변경을 요구하며 발급을 불허했다. 오씨는 결국 진학 자체를 포기했다. 지금은 일본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오씨는 ‘조선적 재일동포’다. 남한과 북한 어느 곳도 모국으로 선택하지 않은 ‘무국적자’인 것이다. 오씨는 “‘조선’과 ‘한국’으로 나눠 재일동포를 관리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똑같이 재외동포를 나눠 국적 변경을 조건으로 자유왕래를 방해하는 것은 거주이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 7월1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에 인권위는 최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재외공관에서 조선국적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때 국적전환을 강요, 종용하거나 이를 조건으로 하는 관행을 시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오영환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에게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외국국적을 보유하지 않고 대한민국 여권 소지하지 않은 외국거주 동포는 ‘여권법’,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행증명서 발급을 통해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무국적자에게 국적 전환을 조건으로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는 행위는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국적 선택 요구가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국적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오사카 총영사관은 인권위의 조사과정에서 “국적 변경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국적변경 의사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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