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혐오감·심한 냄새’→‘자기관리 어설프다’
복지부, 인권위 지적에 ‘땜질’ 그쳐
복지부, 인권위 지적에 ‘땜질’ 그쳐
외모관리 등을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근로능력을 판정하도록 한 보건복지가족부의 판단 기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적 인식을 초래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19일 “복지부의 수급자 근로능력 평가 지침 가운데 ‘외모가 혐오감을 준다’거나 ‘산만해서 한 가지 일도 마무리 못한다’는 등의 내용은 개인의 명예나 자존감과 밀접히 관련된 항목”이라며 “이런 기준은 수급자에게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주는 것은 물론 당사자들에게 굴욕적인 내용으로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커, 지난 10일 복지부에 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개정 권고 의견에서 “외모관리 소홀 등이 근로 무능력을 초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평가 항목들이 공무원의 주관적 판단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 12일 관련 지침을 개정해 다시 고시했고, 고쳐진 내용은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된다. 복지부는 ‘외모가 혐오감을 주거나, 심한 냄새가 난다’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항목들을 없애는 대신 ‘자기관리가 어설프다’, ‘자기통제가 안 된다’, ‘일을 마무리하는 능력이 낮은 편이다’ 등을 추가했다.
하지만 바뀐 기준을 두고서도 공무원들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평가지침이 몇몇 표현만 바뀌었을 뿐, 기준이 대부분 모호해 수급자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며 “근로능력 판정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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