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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근로임대아파트 매각…복지 짓밟는 복지공단

등록 2010-05-02 22:18

“임대법 위반” 지적에 입주자 재계약만 허용
저소득층 미혼여성들 ‘보금자리’ 사라질 위기
김희영(34·가명)씨가 사는 집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근로복지 구로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근로복지공단이 국고지원을 받아 1988년 3월 완공한 곳으로,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미혼여성 노동자들에게 싼값에 방을 빌려줬던 게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씨에게 이 아파트는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김씨는 건설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한달에 80만원을 번다. 이곳에 오기 전에 김씨는 보증금이 없어 월세 30만원짜리 반지하에 살았다. 대출을 알아봤지만 비정규직 독신여성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은 없었다.

이 아파트를 알고 나서 7개월을 기다려 2005년 2평(6.6㎡)짜리 방에 들어갔다. 13평(42.9㎡)짜리 이 아파트에서 큰방은 다른 이웃 두 명이 쓰고, 김씨는 작은 방 하나를 쓴다. 그래도 꿈만 같았다. 보증금 3만1500원에 임대료가 1만5750원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입주한 이들은 대부분 김씨처럼 최저임금 미만으로 생산직에 종사하는 독신여성들이다. 김씨는 “여기 살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돈을 모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로공단에서 미싱 시다로 20년간 일했던 한 이웃 언니는 6000만원을 모아 전셋집을 구해 나갔고, 이웃의 다른 동생은 이곳에서 돈을 모아 야간대학에 갔다. 김씨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씨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임대아파트 사업을 중단하고 2011년까지 전국에 있는 임대아파트를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국 공단지역 임대아파트 82곳 8352가구가 모두 같은 처지에 있다. 김씨같은 저소득층 미혼여성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사라질 운명에 놓인 것이다.

이 아파트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한국산업단지공단(한단공)인데, 한단공은 과거 근로복지공단과 마찬가지로 ‘초원아파트’(복지 임대아파트)를 운영했었다. 한때 임대료 3만~4만원에 저소득 근로자들이 빌려 썼던 초원아파트는 현재 서울 디지털 드림타운이라는 오피스텔로 재건축돼 월 임대료만 26만~33만원을 받는다. 보증금도 700만~1000만원이다. 입주 대상자도 인근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바뀌었다.

최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법적으로 임대아파트는 50년 동안 매각이 제한되고, 아파트를 매각할 때는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줘야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압박하고 있지만, 공단은 매각 추진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적인 문제로 일단 입주자들의 재계약을 허락하고는 있지만, 새 입주자는 받지 않고 있다. 김씨가 사는 구로아파트도 정원은 300명이지만 현재 200명만 산다. 김씨는 “복지를 한다면서 왜 제일 못버는 사람들이 사는 집부터 없애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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