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도중 발생한 사망 사건의 진실이 42년 만에 밝혀졌다.
11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1968년 6월 전남 광주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던 최아무개(당시 25살)씨는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최씨는 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 결국 숨졌다. 병원은 “급성 복막염으로 사망했지만 원인은 모르겠다”며 ‘병사’ 처리를 했고, 훈련 부대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
최씨의 유족은 ‘구타로 인한 장파열’을 의심해, 74년 국가기관에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했지만 ‘사회혼란 세력’이라며 협박만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최씨의 동생(63)이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냈다. 민원을 접수한 권익위는 사망자의 병상일지를 찾아내 대한의사협회에 분석을 요청했다. 그 결과 사망자에게 ‘복강 내 출혈(장 파열)’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권익위는 이후 당시 부대 관계자와 예비군 훈련 참석자 등을 대상으로 1년에 걸쳐 조사를 벌여, 현장을 목격한 예비군 교관과 조교로부터 “최씨가 얼차려 도중 교관의 발에 복부를 맞아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권익위는 육군참모총장에게 최씨를 순직자로 인정하도록 시정권고를 했고, 육군은 최근 육군수사단을 통해 권고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최씨를 순직자로 인정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해결이 어려웠지만 사망자의 억울함과 유족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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