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체험자 안성호(28·대학원생)씨의 집은 월세가 8만7000원으로, 장수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반지하 방이다. 부엌이면서 세면장인 좁은 공간에서 안씨가 밥을 짓고 있다.
1인 주거비 8만7천원으로 눅눅한 지하방 겨우 구해
4인가구는 22만원 ‘구멍’ 못먹어 체중 5kg 빠지기도
“현실 거리 먼 최저생계비로 건강하게 살라는 건 사기다”
4인가구는 22만원 ‘구멍’ 못먹어 체중 5kg 빠지기도
“현실 거리 먼 최저생계비로 건강하게 살라는 건 사기다”
“현재의 최저생계비로는 ‘적자 인생’을 면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이달 말 2011년의 최저생계비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7월 한 달 동안 최저생계비로 실제 생활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체험에 참여한 다섯 가구(11명)는 모두 적자를 냈다. 가구별로 최저생계비보다 많게는 16%에서 적게는 7.5%를 더 썼다.
참여연대의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에 참여한 체험단은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에서 7월1일부터 31일까지 꼬박 한 달 동안 최저생계비로 생활했다. 대학생 등 일반 시민 8명과 장수마을 주민 3명으로 이뤄진 11명의 체험자들에겐 1~4인 가구별로 1인 50만4344원, 2인 85만8747원, 3인 111만919원, 4인 136만3091원 등 올해 최저생계비가 지급됐다.
■ 교육비·사회보험료 ‘0원’인데도 가계부는 펑크 1인 가구 체험자인 안성호(28·대학원생)씨는 54만4782원을 지출해 4만442원의 적자를 냈다. 안씨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와 교육비로 한 푼도 쓰지 않았다. 피복·신발비는 반바지를 사는 데 8000원을 썼고, 교양·오락 관련 지출은 헌책 1권(2000원)을 산 것이 전부였다.
쪽방이나 고시원도 한 달 방값이 20만~25만원인데, 최저생계비 기준으로는 1인 가구 주거비가 8만7000원이다. 어렵게 구한 8만7000원짜리 안씨의 집은 달동네인 장수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반지하 방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 더운데다, 곰팡이와 바퀴벌레도 많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빗물이 고이고 방에 습기가 많아 제습제도 필요했다. 주거공간이 열악하면 불필요한 지출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방문을 열고 나오면 가로 세로 1m가량의 공간이 있는데, 안씨는 이곳에서 밥도 해먹고 몸도 씻었다.
열악한 환경 탓인지 결국 체험 26일째 되는 날 안씨는 ‘지루성 피부염’으로 병원을 찾아야 했다. 진료비와 약값으로 1만6300원을 썼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하루 세 끼에 6300원이 책정돼 있는 최저생계비로 하루를 체험한 뒤 “황제가 부럽지 않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지만, 안씨는 식료품비로 22만1840원을 써 3만2322원을 초과했다. 그의 식료품비 명세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식품은 3500원짜리 생닭이었다. 안씨는 “한 끼에 2100원, 주거비 8만7000원으로 최저생계비를 정해 놓고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라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 주거비, 교통·통신비 초과 지출 체험자들은 여름이라 난방비가 들지 않아 광열·수도비는 최저생계비보다 적게 쓴 반면 주거비, 교통·통신비, 식료품비 등은 모두 초과 지출했다. 대학생 2명과 직장인 1명, 장수마을 주민 1명으로 이뤄진 4인 가구는 생활비로 158만380원을 지출해 22만715원의 적자를 냈다.
주거비(-6만4915원)와 식료품비(-2만1240원)에서 최저생계비 기준을 초과했고, 특히 교통·통신비는 무려 26만422원을 더 썼다. 이는 최저생계비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휴대전화 비용 탓이 크다. 4인 가구는 휴대전화 비용으로 11만8896원을 썼다. 4인 가구 참가자 김만철(25·대학생)씨는 “부실한 음식에다 부족한 돈 때문에 항상 쫓기는 느낌이 들어 스트레스로 한 달 동안 5㎏이나 빠졌다”며 “최저생계비로 살다가 큰병이라도 걸리면 가족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1인 가구 참가자인 우기윤(24·대학생)씨도 교통·통신비에서 3만1615원, 주거비에서 6만3818원을 초과 지출했다. 우씨는 “최저생계비 50만여원에서 주거비 15만원이 빠져 나가니 당장 먹는 것부터 줄이게 됐다”며 “하지만 식료품비도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 아껴 썼지만 1만원 정도 초과 지출했다”고 밝혔다. 2인 가구 참가자 이소영(21·대학생)씨는 “허리띠를 졸라맸는데도 저축은커녕 적자가 났다”며 “최저생계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가난한 사람은 생계 유지를 위해 빚을 내고 결국은 더욱 가난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4인 가구 참가자 김만철(25·대학생)씨가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김씨는 부실한 음식에다 부족한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한 달 동안 5kg이나 체중이 줄었다. 참여연대 제공
■ 주거비, 교통·통신비 초과 지출 체험자들은 여름이라 난방비가 들지 않아 광열·수도비는 최저생계비보다 적게 쓴 반면 주거비, 교통·통신비, 식료품비 등은 모두 초과 지출했다. 대학생 2명과 직장인 1명, 장수마을 주민 1명으로 이뤄진 4인 가구는 생활비로 158만380원을 지출해 22만715원의 적자를 냈다.
주거비(-6만4915원)와 식료품비(-2만1240원)에서 최저생계비 기준을 초과했고, 특히 교통·통신비는 무려 26만422원을 더 썼다. 이는 최저생계비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휴대전화 비용 탓이 크다. 4인 가구는 휴대전화 비용으로 11만8896원을 썼다. 4인 가구 참가자 김만철(25·대학생)씨는 “부실한 음식에다 부족한 돈 때문에 항상 쫓기는 느낌이 들어 스트레스로 한 달 동안 5㎏이나 빠졌다”며 “최저생계비로 살다가 큰병이라도 걸리면 가족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1인 가구 참가자인 우기윤(24·대학생)씨도 교통·통신비에서 3만1615원, 주거비에서 6만3818원을 초과 지출했다. 우씨는 “최저생계비 50만여원에서 주거비 15만원이 빠져 나가니 당장 먹는 것부터 줄이게 됐다”며 “하지만 식료품비도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 아껴 썼지만 1만원 정도 초과 지출했다”고 밝혔다. 2인 가구 참가자 이소영(21·대학생)씨는 “허리띠를 졸라맸는데도 저축은커녕 적자가 났다”며 “최저생계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가난한 사람은 생계 유지를 위해 빚을 내고 결국은 더욱 가난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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