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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셔츠 2장·신발 1켤레로 2년 ‘황당한 생계기준’

등록 2010-08-01 20:18수정 2010-08-02 09:06

‘기초생활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에 2인 가구로 참가한 이소영(21·대학생·오른쪽)씨와 장일호(27·직장인)씨가 함께 집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기초생활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에 2인 가구로 참가한 이소영(21·대학생·오른쪽)씨와 장일호(27·직장인)씨가 함께 집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팬티 6장으로 3년 버티고 주부 버스비는 한달 6회뿐…휴대폰도 필수품목서 빼
소도시 건강가구가 ‘기준’…주거·생활비 많이 드는 대도시·장애인엔 더 불리
최저생계비는 총액도 적지만, 개별 품목별 기준에도 문제가 많다. 370가지 품목별 기준을 살펴보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최저생계비는 산정 기준이 중소도시의 건강한 4인 가구(아버지 40살, 어머니 37살, 아들 11살, 딸 9살)로 돼 있어, 장애인이 있는 가구나 대도시의 빈곤층은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팬티 6장으로 3년 최저생계비 품목을 보면, 실생활과 격차가 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만한 내용이 많다. 양말의 경우 아버지는 1년에 2267원짜리 4켤레, 어머니는 2켤레를 쓰도록 돼 있다. 초등학생 아들과 딸은 각각 1600원짜리 4켤레로 생활해야 한다.

속옷은 더욱 비현실적이다. 아버지는 2015원짜리 팬티 6장으로, 자녀들은 1897원짜리 팬티 6장으로 3년을 버텨야 한다. 11살 남자아이의 경우 한창 뛰어놀 나이임에도 5000원짜리 반팔 티셔츠 2장으로 2년을 나도록 돼 있다. 운동화는 1만원짜리 한 켤레로 2년을 신어야 한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들과 함께 최저생계비 체험에 참여한 박미영(가명·47)씨는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아이가 매일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티셔츠 2장으로 2년을 입으라는 것은 코미디”라며 “초등학생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사용품도 마찬가지다. 도마(5000원)와 비누통(1000원) 1개로 10년을 써야 하고, 방 빗자루(3000원)도 5년을 사용하도록 했다. 택시는 4인 가족이 한 달에 한 번만 타야 하고 요금도 4340원이 넘으면 안 된다. 주부는 한 달에 6번만 시내버스를 이용하도록 돼 있다.

[관련영상] 최저생계비 ‘달동네 토크’ 1부(참여연대 제공)

▶ [관련영상] 최저생계비 ‘달동네 토크’ 2부(참여연대 제공)

■ 4800만명이 가입한 휴대전화도 필수품서 제외 휴대전화는 2007년 최저생계비 계측 때 논란 끝에 필수품 목록에서 빠졌다. 이 계측은 3년마다 이뤄진다.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은 휴대전화를 필수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실태조사를 해보니 소득 하위 40%에 속한 4인 가구의 96.6%가 휴대전화를 쓰고 있었고, 88%가 휴대전화를 필수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근거였다.


연구진 안을 검토하던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앙생보위)는 찬반으로 의견이 갈렸다. 찬성 쪽은 “저소득 가구의 90% 이상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고, 빈곤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위해 필요한 만큼 필수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 쪽은 “국민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일반전화 및 공중전화 등으로 대체가 가능한데 휴대전화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초생활수급자에게 휴대전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필수품에서 제외했다. 올 3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지난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4794만4222명으로 조사됐다.

■ 장애인·노인가구는 더 막막 최저생계비의 또다른 문제는 지역이나 가구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7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의 최저생계비 계측 결과(4인 가구 기준)는 차이가 크다. 대도시가 134만8569원으로 가장 높고, 중소도시는 124만9187원, 농어촌은 107만5905원이다. 주거비가 가장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데, 농어촌과 대도시는 집값이 거의 4배가량 차이가 난다. 대도시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주거비는 비싼데 똑같은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애인과 노인가구도 생활비가 더 많이 든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장애종류별로 1인당 추가비용은 11만8959원(뇌병변 경증)부터 105만9607원(지적장애)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가구도 건강하지 못한 노인의 경우 10만7247원이 더 들어간다. 2007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지역과 가구유형별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해 중앙생보위에 넘겼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허선 순천향대 교수(사회복지)는 “최저생계비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서울 등 대도시 빈곤계층이나 노인·장애인들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이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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