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문을 연 ‘콜로니 아름다운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네팔 콜로니 마을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가게가 네팔에 선물한 ‘콜로니 도서관’
‘감전사고’ 소녀 치료비 모금
남은 돈으로 도서관 지어
“가난 찌들려 책 몰랐는데…”
아이도 어른도 함박웃음 지난달 28일, 8시간이나 비행기를 탄 끝에 네팔의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콜로니 마을이 저 산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했지만, 빨리 마을 사람과 그들의 도서관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내 마음이 바빠졌다. 산길을 4시간 걸어 도착한 네팔 누와꼬뜨주 콜로니 마을은 마치 한국의 시골마을처럼 포근했다. 30일 개관한 ‘콜로니 아름다운 도서관’은 비영리공익재단인 아름다운가게가 지원해 만든 해외 제1호 도서관이다. 책을 구하기도 읽기도 힘든 환경에 있는 콜로니 마을 사람들 스스로 도서관을 만들고,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이 도서관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이 마을 소녀 럭시미 따망(17·사진)에게서 비롯됐다. 6년 전 엄마를 도와 빨래터에 나갔던 럭시미는 강물 위로 떨어진 전선에 감전돼 한쪽 다리를 잃고 심각한 안면화상까지 입었다. 하지만 치료비용과 의료시설의 부족으로 럭시미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마의 경우 뼈가 그대로 노출된 채 생활해야만 했다. 2년 전 네팔로 의료봉사를 온 한국인 의사를 통해 럭시미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졌고, 아름다운가게가 럭시미 치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럭시미의 이름으로 1640만원이 모였고, 한국을 찾아 온 럭시미의 치료비용으로 900만원 가량이 사용되고, 남은 돈으로는 도서관을 만들 게 된 것이다. 도서관의 인기는 최고였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 책을 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반짝였다. 아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책을 읽어 내려갔고, 얼굴엔 함박웃음이 그칠지 않았다. 20대인 한 청년은 소설책 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2명의 아주머니는 신기한 듯 퍼즐책을 펴보고 있었다.
도서관에 대한 현지 사람들의 애정도 대단했다. 우리가 보내준 책 말고도 스스로 책을 모았다. 30년간 교사로 일했던 이웃마을 주민 샴(52)씨는 도서관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학·물리 책과 아동 도서 등 200여권을 기증했다. 그는 “네팔은 가난하기에 교육이 필요한데, 당장 배가 고파 교육의 중요성을 모른다. 콜로니에 도서관이 생긴다는 기쁨에 며칠간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꼭 콜로니 아이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만난 럭시미는 아직 흉터가 남아 있긴 하지만 얼굴엔 자신감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예전엔 창피해 남들 앞에서 얼굴을 들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럭시미는 이곳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며 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드디어 개관식이 열리고 도서관 앞엔 마을잔치라도 열린 듯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콜로니 마을을 관할하는 비두르시의 하킴(시장의 네팔어 명칭)과 여러 관계자들이 참석해 도서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도서관 하나로 가난한 산골마을 사람들의 삶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의 개관으로 그들의 생각이 바뀌고 삶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이 바로 긍정적인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글 김경남 아름다운가게 책방사업팀 활동가, 사진 임종진 포토그래퍼
남은 돈으로 도서관 지어
“가난 찌들려 책 몰랐는데…”
아이도 어른도 함박웃음 지난달 28일, 8시간이나 비행기를 탄 끝에 네팔의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콜로니 마을이 저 산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했지만, 빨리 마을 사람과 그들의 도서관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내 마음이 바빠졌다. 산길을 4시간 걸어 도착한 네팔 누와꼬뜨주 콜로니 마을은 마치 한국의 시골마을처럼 포근했다. 30일 개관한 ‘콜로니 아름다운 도서관’은 비영리공익재단인 아름다운가게가 지원해 만든 해외 제1호 도서관이다. 책을 구하기도 읽기도 힘든 환경에 있는 콜로니 마을 사람들 스스로 도서관을 만들고,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이 도서관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이 마을 소녀 럭시미 따망(17·사진)에게서 비롯됐다. 6년 전 엄마를 도와 빨래터에 나갔던 럭시미는 강물 위로 떨어진 전선에 감전돼 한쪽 다리를 잃고 심각한 안면화상까지 입었다. 하지만 치료비용과 의료시설의 부족으로 럭시미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마의 경우 뼈가 그대로 노출된 채 생활해야만 했다. 2년 전 네팔로 의료봉사를 온 한국인 의사를 통해 럭시미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졌고, 아름다운가게가 럭시미 치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럭시미의 이름으로 1640만원이 모였고, 한국을 찾아 온 럭시미의 치료비용으로 900만원 가량이 사용되고, 남은 돈으로는 도서관을 만들 게 된 것이다. 도서관의 인기는 최고였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 책을 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반짝였다. 아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책을 읽어 내려갔고, 얼굴엔 함박웃음이 그칠지 않았다. 20대인 한 청년은 소설책 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2명의 아주머니는 신기한 듯 퍼즐책을 펴보고 있었다.
럭시미 따망(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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