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등에 법령 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정부 관련 부처에 학생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할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30일 ‘미혼모들이 임신한 뒤에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각 시도 교육청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학생 미혼모에 대한 일선학교의 인식을 개선하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학교생활규정과 교육부 지침, 교육기본법 등을 제·개정해 학생의 임신·출산에 대한 징계나 차별을 근절하고, 임신·출산 때 질병결석이나 휴학처리 등 단계별 매뉴얼을 제작해 이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상담하는 등 미혼모 보호 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또 “미혼모들의 학업 지속을 위해 학교 안에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대안학교 위탁교육 활성화와 방송통신고등학교 편입학, 검정고시 지원, 미혼모 시설에 교육기능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이런 조처는 지난해 인권위가 ‘청소년 미혼모의 교육권 보장 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는 등 미혼모의 교육권 보장에 대해 관심을 촉구했으나, 관련 부처의 무관심이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의 실태조사를 보면, 설문에 응한 청소년 미혼모 63명 가운데 87.6%가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자의 71.4%는 임신 당시 이미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고, 임신 사실을 학교에 알린 6명은 휴학이나 자퇴를 권유받았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3월 “고교 3학년 김아무개양에게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강요한 학교의 행위는 학습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해당 학교에 김양을 복학시키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학습권이 인권 중에서도 핵심적인 기본권일 뿐더러, 임신을 이유로 공부를 중단하면 본인은 물론 자녀까지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커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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