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 소규모 사회복귀 주거시설인 ‘연우주거생활’ 어하숙 원장(왼쪽 두번째)이 29일 서울 중곡동의 재활시설 ‘소망나무’에서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치료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달부터 실제 개인급여 ‘20만→3만원’ 급감
생활고에 시설 떠나 정신병원·고시원행 급증
시설도 적자 심각…“개인지급으로 되돌려야”
생활고에 시설 떠나 정신병원·고시원행 급증
시설도 적자 심각…“개인지급으로 되돌려야”
재활 주거시설 지원 ‘시설지급 전환’ 뒤 현실은
예전엔 소규모 주거시설의 정신장애인이 1인당 월 45만원 정도를 받아 25만원을 시설 이용료와 시설 점심값 등으로 낸 뒤 나머지를 저축하거나 용돈으로 썼다. 하지만 이달부터 ‘시설수급’ 방식으로 바뀌면서 장애인 개인은 월 2만~3만원의 장애수당만 받는다. 주거시설 역시 주·부식비 등의 명목으로 장애인 1인당 월 12만8천원만 받기 때문에 개인이나 시설 모두 지원금이 크게 깎였다.
이렇게 되면서 소규모 주거시설에서 자립의 꿈을 키우던 정신장애인들이 다시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거나 고시원,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주거시설에서 지냈던 김아무개(38)씨는 지난 18일 결국 사회와 격리된 정신병원으로 들어갔다. 몇 만원의 장애수당만으론 생활이 어려운데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월 20만원 정도가 본인 통장으로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여성전용 소규모 주거시설인 서울 중곡동 ‘연우주거생활’에서 생활하던 한인숙(47)씨도 최근 이 시설을 나왔다. 나와서 따로 살면 자신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인 40여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시설에서 살면 지원금이 사실상 끊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설의 도움 없이는 살기가 힘들어 인근 옥탑방을 얻어놓고 시설에 의지하고 있다.
같은 중곡동의 여성전용 시설인 ‘동그라미’의 한아무개 원장은 “갑자기 시설을 나온 정신장애인들이 고시원으로 몰리면서 고시원 주인들이 동사무소에 항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오죽하면 공무원들까지 ‘주거시설에서 관리해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겠느냐”며 씁쓸해했다.
사정이 이렇게 달라지면서 이들이 살았던 주거시설도 적자가 쌓이고 있다. 정신장애인 소규모 주거시설은 지난 10년 동안 ‘정신병원 위주 정책을 벗어나, 자립을 돕자’는 취지로 운영돼 왔지만, 정부의 지원금 지급방식 변화와 예산 삭감 때문에 제도 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방식으로 돈을 지급할 경우 장애인 1인당 평균 월 45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이번 제도 변화로 이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할 경우 한 달 입원비만 90만~150만원 정도로 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설에서 나와 밖에서 살다가 생활고와 대인관계 미숙 등으로 다시 애초 수용됐었던 대형 정신병원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속속 생기고 있다.
권기옥 서울정신보건가족협의회장은 ‘시설수급 전환’ 이전부터 정신장애인과 가족들로부터 우려 섞인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한다. 이들의 호소는 “정신장애인들의 최저생계비 수급마저 어렵게 만들어 치료와 재활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권과 삶의 의욕마저 앗아간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2000년 기초생활보장법이 생긴 이래 시설수급 원칙이 지속돼 왔다”며 “사회통합전산망을 가동하면서 중복급여 등의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주거시설 정신장애인 시설수급 전환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김문근 박사(사회복지학)는 “10명 이하가 모여사는 곳은 정부에서 ‘시설’이라기보다 가정과 같은 곳으로 보고 시설수급 대상에서 당장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도 “당사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정책을 바꾸는 바람에 대책 없이 시설을 나오는 정신장애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권기옥 서울정신보건가족협의회장은 ‘시설수급 전환’ 이전부터 정신장애인과 가족들로부터 우려 섞인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한다. 이들의 호소는 “정신장애인들의 최저생계비 수급마저 어렵게 만들어 치료와 재활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권과 삶의 의욕마저 앗아간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관계자는 “2000년 기초생활보장법이 생긴 이래 시설수급 원칙이 지속돼 왔다”며 “사회통합전산망을 가동하면서 중복급여 등의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주거시설 정신장애인 시설수급 전환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김문근 박사(사회복지학)는 “10명 이하가 모여사는 곳은 정부에서 ‘시설’이라기보다 가정과 같은 곳으로 보고 시설수급 대상에서 당장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도 “당사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정책을 바꾸는 바람에 대책 없이 시설을 나오는 정신장애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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