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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편의점 60대들 “사장 아니라 알바랍니다”

등록 2010-09-30 21:55수정 2010-10-01 11:13

훼미리마트 수원 아주대점에서 두 달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곤배(64)씨가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훼미리마트 수원 아주대점에서 두 달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곤배(64)씨가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보광, 복지부 지원 받고 고용 창출…20여명 채용
“즐거운 인생2막” “책임감 있고 친절” 반응 좋아
2일 노인의 날…고령 일자리 만든 훼미리마트

지난 28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있는 훼미리마트 수원 아주대점. 여느 편의점과는 달리, 이곳 계산대에선 젊은 아르바이트 학생 대신 머리가 희끗하고 얼굴에 주름이 팬 ‘어르신’이 손님을 맞고 있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연방 “어서 오세요~” 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올해 예순네 살 이곤배씨는 이 편의점의 주인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이다. 이곳에서 일한 지는 두 달이 됐다. 이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한 달 급여는 60만원가량이다.

그는 “과자와 음료수 이름이 너무 헷갈려 처음 일주일은 힘들었는데, 지금은 다 적응이 됐다”고 했다.

이씨는 21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뒤 사업을 시작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접었다. 다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나이 때문에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꼭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은 아니예요. 6개월 정도 집에서 쉬었는데 못할 짓입니다. 몸도 아프고 삶의 의욕도 없어지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훼미리마트 수원 율전상률점에서 ‘노인 알바생’으로 일하고 있는 장유수(63)씨도 편의점 일이 즐겁다고 했다. 장씨는 국민연금공단에서 20년 동안 일하고 2007년 퇴직했다. 장씨는 “공단 지사장까지 한 사람이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권위의식을 버리고 당당하게 생각하니까 일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그는 “전혀 새로운 일을 하면서 요즘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와 장씨의 일자리는 보건복지부와 보광훼미리마트의 민관협력이 맺은 결실이다. 복지부와 보광은 지난 6월 편의점 업계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노인인력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교육과 일자리 제공은 보광이 맡고, 복지부는 1인당 월 60만원가량의 인턴 실습비를 한 달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자들은 한 달 동안 교육을 받은 뒤 매장 업무에 투입되는데, 현재 20여명의 노인들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4살이다. 보광 쪽은 “노인 일자리 사업은 교육을 받은 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도 이익”이라며 “현재 전국에 5000개 점포가 있는데, 노인 점원 고용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인들을 고용하고 있는 편의점 점주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수원 율전상률점을 운영하는 황현석씨는 “어르신들이 대체로 책임감이 강해 믿고 맡길 수 있다”며 “또 연륜이 있다 보니 손님들을 상대할 때 친절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강익구 사업개발팀장은 “일본·영국·미국 등 선진국의 유통업계는 계산이나 상품·매장 관리 등의 업무에 고령자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정부와 기업, 노인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보광훼미리마트 사례가 유통업계 노인 일자리 창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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