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에 재정부 조사 고객명단 보내… 홍보지침 공문
국민연금공단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전국 지사를 통해 고객들을 상대로 사전 홍보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11일 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공단 고객지원실이 지난 6일 전국 각 지사에 보낸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관련 유의사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에는 재정부의 고객만족도 조사에 맞춰 “지사별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선 및 방문 활동을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담겨 있다. 예컨대 연금수급자는 대상자가 적은 장애연금, 유족연금, 노령연금 수급자의 순서로 접촉하고, 사업장의 경우에는 고객지원실에서 한꺼번에 안내문을 보낼 예정이니 전화와 방문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연금공단은 이런 내용의 공문과 함께 재정부에 제출한 연금수급자 30만명, 사업장 26만곳 등 모두 58만1000명의 고객 명단을 각 지사에 내려보냈다. 재정부는 전국 16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다음달까지 고객만족도 조사를 벌인다.
최영희 의원은 “고객만족도 조사를 앞두고 공단이 집중 홍보에 나선 것은 조사 결과를 조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전광우 이사장이 취임한 뒤 팽배해지고 있는 과도한 성과주의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단은 지난해 내부감사 때 천안지사장이 공단 자체 고객만족도 조사 과정에서 수급자 3200명과 사업장 911곳에 “고객만족도 조사와 관련해 좋은 평가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해 “조사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린 바 있어, 이번 조처는 ‘이중 행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단 쪽은 “재정부에 제출한 고객 명단을 각 지사에 보낸 것은 지사의 일상적 홍보활동이 평가기간에 맞춰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일 뿐, 조사 결과를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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