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2년 지나 경위서 요구…“현장서 다친 경우 환수”
쌍용차 부상자 이어 ‘법조항 악용 과잉대응’ 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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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이미숙(22·가명)씨는 추석 전인 지난달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공단 직원은 이씨가 2008년 촛불집회 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과 관련해,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된 부분이 부당하게 집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경위서를 요구했다. 이씨는 2008년 6월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찰 방패에 맞아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다. 병원비가 200만원이 넘게 나왔고 70만원가량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이씨는 “지금껏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2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이런 전화가 걸려와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게 건강보험급여 환수를 통보한 데 이어, 2008년 촛불집회 부상자에게도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심사한다며 뒤늦게 경위서를 요구해 당사자가 반발하고 있다. 이씨는 “치료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전경에게 쫓기는 꿈을 꾸는 등 정신적으로 힘들었는데, 공단이 느닷없이 진술서를 내라고 해 무섭고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이씨가 2년 전에 경찰청장 등을 폭행 혐의로 고소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 심사가 유예됐고, 부당이득금 환수는 3년이 기한인 만큼 이번에 처리를 하려는 것”이라며 “이씨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경위서가 필요해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의 다른 관계자는 “불법집회였던 촛불시위 장소에서 다쳤을 경우에는 건강보험급여를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공단이 불법파업이나 집회에 참여했다 다친 사람들에 대해 건강보험급여 적용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할 때는 급여를 제한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7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3년 동안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가운데 불법집회 과정에서 다쳐 건강보험급여 환수를 통보받은 사람은 13명이며, 결정액수는 2600만원에 이른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파업이나 집회에 참여해 경찰 폭력으로 다친 사람들에게까지 건강보험급여를 환수하거나 진술서를 요구하는 것은 법 조항을 악용한 공단의 과잉대응”이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과 함께 공단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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