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 코르테스 국장
‘아름다운 가게’ 찾은 길다 코르테스 국장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농촌을 떠나 도시에 왔지만 일자리가 없었다.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생활의 터전까지 잃기도 했다. 이런 필리핀 마닐라의 도시빈민에게 긴급구호, 교육지원, 무료급식 등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카리타스 마닐라’의 주 수익원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모금과 해외원조였다. 그러나 보다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카리타스 마닐라는 2008년부터 ‘세군다 마나’라는 재활용가게를 열었다.
지난 18일 만난 길다 코르테스 세군다 마나(54·사진) 총괄국장은 “올해들어 지난 9월까지 3곳의 매장에서 800만 페소(2억7백여만원)에 이른다”며 “사람들은 싼 가격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며 좋은 일도 할 수 있고, 우리는 더 많은 수익으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코르테스 국장은 세군다 마나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한국의 ‘아름다운가게’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우리말로 ‘중고품’이란 뜻의 세군다 마나는 기부자들로부터 옷 등의 중고품을 기부받아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이곳에서 발생한 수익금의 70%는 카리타스 마닐라의 도시빈민 지원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는 아직 낯선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코르테스 국장은 “기부에 대한 인식 확장, 질 좋은 기부품의 확보, 자원봉사의 지속가능성의 확대가 우리의 과제”라며 “도시빈민 지원사업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백화점 등의 소매업 담당관리 업무를 맡았던 코르테스 국장은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자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데 재능을 쓰고 싶다”며 2008년부터 카리타스 마닐라에서 일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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