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인 비하·인종 편견 등 수정 권고
“초등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와 4학년 <생활의 길잡이> 교과서에는 위인들의 언행을 다루면서 남성들의 이야기만을 소개하고 있다. 또 초·중학교 교과서에서는 ‘앉은뱅이’나 ‘정신박약’처럼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버젓이 등장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2010년 개정된 초·중학교 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인권 기준과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교육과학기술부에 해당 내용의 수정·삭제를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권위가 지난 5월부터 학생·교사 등 65명을 위촉해 교과서 내용을 검토한 결과를 보면, 개정 교과서의 삽화와 사진은 대부분 남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은 주변인으로 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사용 지도서인 초등 3학년 <도덕 지도서> 156쪽엔 ‘언제나 가족을 위해 일하느라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를 좀 이해해주렴’이라고 기술하고 있어 ‘바깥일은 아버지’, ‘집안일은 어머니’라는 성적 고정관념을 부추기고 있다고 인권위는 짚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도 지적됐다. 초등 4학년 <사회과 지도서> 228쪽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인력난 해결에 도움이 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업도 어렵고 외국인중에서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며 자칫 편견을 부채질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었다. 중학 <도덕>(두산동아) 교과서 223쪽에는 시민불복종운동을 설명하며 ‘비폭력, 평화로운 방법,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대안을 제시해야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도덕성’과 ‘대안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불복종운동을 제약할 여지가 크다는 게 인권위의 견해다. 인권위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오후 회의실에서 교과서 집필진과 출판사 간부 등이 참여하는 ‘2010 인권친화적 교과서 집필기준 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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