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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무국적 탈북자 구금 6달째 “제발 한국서 살게 해주오”

등록 2010-10-26 09:04수정 2010-10-26 10:07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는 무국적 탈북자 김명순(뒷줄 왼쪽에서 넷째)씨가 북한에 살던  2002년 큰딸의 결혼식 때 가족들과 찍은 사진이다.  난민인권센터 제공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는 무국적 탈북자 김명순(뒷줄 왼쪽에서 넷째)씨가 북한에 살던 2002년 큰딸의 결혼식 때 가족들과 찍은 사진이다. 난민인권센터 제공
북한서 취득한 화교증 탓에
외국인 분류돼 내쫓길 처지
중국 “호적 없다” 송환 거부
“제발 도와주세요. 저는 북한 사람인데 무국적자가 됐습니다. 한국에 왔으니 한국법 잘 지키며 딸, 사위, 손자와 함께 살게 해주세요.”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돼 있는 김명순(가명·52)씨는 25일 수용소 안 공중전화를 통해 애타는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북한 사람이면서도 국적이 없는 외국인으로 분류돼 6개월째 갇혀 있는 처지다.

그가 한국에 먼저 와 있던 둘째딸을 만나려 탈북을 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지난 2월 인천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부는 ‘김씨가 1987년 북한에서 화교증을 취득했기 때문에 탈북자로 볼 수 없다’며 4월29일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이송했다. 정부는 김씨를 중국으로 송환하려 했지만, 중국은 김씨가 중국 호적에 없다는 이유로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오도 가도 못하는 무국적자 신세가 된 것이다. 라오스에서 겪었던 감옥생활까지 합치면, 김씨는 벌써 200일 이상 구금생활을 견디고 있다. 아버지가 화교였던 김씨는 1980년대 말 혹독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중국국적을 얻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 화교증을 얻었다고 했다. 그 일이 20여년이나 지나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0년 전 미리 한국에 온 김씨의 딸(28)은 한국땅을 밟은 어머니와 같이 살 수 없게 되자 발을 구르고 있다. 지난 5월엔 어머니를 외국인보호소에 남겨둔 채 눈물의 결혼식을 올렸다. 중국에서 한국 유학생이던 지금 남편을 만났지만, 어머니를 꼭 결혼식에 모시고 싶어 둘째아이가 태어나도록 예식을 미뤄온 터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딸과 사위, 손자가 함께 면회를 왔지만, 김씨는 차가운 보호소 유리벽 뒤에서 애써 눈물을 감췄다. 김씨의 딸은 “중국 선양 북한영사관에서 체류증까지 받았고, 죽을 고생을 하며 한국에 찾아온 엄마인데 왜 북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국의 조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김씨처럼 화교라는 이유로 무국적자로 분류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이들은 모두 5명이다. 이들은 난민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현재 법무부에 국적 판정을 신청한 상태다. 절차상으로는 이들이 국내에서 북한 주민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들은 영영 ‘국제미아’로 남아 갈 곳이 없게 된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무국적 탈북자들은 구제 절차가 전혀 없어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일시보호 조처 해제와 관련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준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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