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향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맨 앞)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왼쪽)에게 두 명의 상임위원 사퇴를 불러온 독단적 운영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다 무시당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장향숙 상임위원 퇴장…인권위 전원위도 파행
전직 위원장·위원들 ‘사퇴 촉구’
전직 위원장·위원들 ‘사퇴 촉구’
상임위원 3명 가운데 2명이 사퇴하는 파행을 겪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8일 전원위원회를 열었으나,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비상임위원이 현병철 위원장의 책임을 물어 퇴장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전직 인권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현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으며, 야당 의원들은 9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인권위 파행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장향숙 상임위원은 이날 인권위 전원위 안건심의에 앞서 발언을 신청해 “문경란, 유남영 두 상임위원의 사퇴는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운영 때문인데, 현 위원장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아 회의를 더 진행하기 어렵다”며 장주영 위원(변호사)과 함께 퇴장했다. 장 위원은 퇴장한 뒤 “어떻게 사과 한마디 없느냐. 뻔뻔함의 극치”라고 현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날 전원위에 불참한 조국 비상임위원(서울대 교수)은 인권위의 파행과 관련해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원위가 열리던 시각에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 50여명이 “군대 내 동성애를 인정한 인권위에 항의하러 왔다”며 회의장에 몰려온 뒤 “빨갱이 세상이 어떤지 아느냐”며 인권위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30여분간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김창국·최영도 전 인권위원장과 전직 인권위원들은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위원장은 최근 인권위 파행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처신을 취하라”고 촉구했다. 최영애·유시춘 전 상임위원 등 전직 인권위원 8명은 “상임위원 2명이 사퇴하는 등 최근 사태는 인권위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 국면”이라며 “위원장의 인권의식과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현 위원장 취임 뒤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만 보는 식물위원회로 전락했다”며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할 방침이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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