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횡령·향응 적발땐 즉시 해임” 조직쇄신안 발표
시민감시위·순환근무도…시민단체 “복수 모금회 반대”
시민감시위·순환근무도…시민단체 “복수 모금회 반대”
업무용 법인카드를 유흥주점과 노래방 등에서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정당한 절차 없이 직원들을 채용한 사실(<한겨레> 22일치 8면)이 정부 감사에서 드러나 물의를 빚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감시기구 설치 등을 담은 쇄신 방안을 내놨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상대책위원회가 25일 발표한 조직 쇄신안을 보면, 앞으로 직원들이 단 한번이라도 공금을 횡령하거나 금품·향응을 받았다가 적발되면 즉시 퇴출하고, 환수금액과는 별도로 비위에 해당하는 금액의 3배에 이르는 징계부가금을 징수하기로 했다. 또 유흥주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클린카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회와 16개 지회 모두에 시민감시위원회가 설치된다. 시민감시위원회는 기부자를 포함해 모금한 돈이 배분되는 기관 관련자, 각계 전문가,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하며, 모금회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살펴볼 수 있게 된다.
모금회는 인적 쇄신을 위해 현재 16개 시·도 지회장 및 사무처장에 대해 재신임을 묻기로 했으며, 모든 지회의 사무처장 및 중앙회 간부는 의무적으로 순환 근무를 하도록 했다.
또 지난 22일 발표된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처로, 지난 5년간 부당집행된 관리 운영비를 모두 회수하고 관련 직원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한 뒤 징계위원회에서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한편 서울복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모금회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 수준을 높여야 할 필요는 있지만, 정부가 민간 모금기관마저 관치화하거나 복수의 모금회를 만드는 방안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남기철 서울복지시민연대 집행위원은 “모금회 직원들의 부적절한 성금 사용 및 직원 채용 등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이번 일을 민간 모금기관 관치화 등에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면 임시노숙인 주거지원사업의 경우 정부의 사업임에도 지난 5년 동안 모금회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관치가 심해지면 이런 일들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정부가 가칭 의료구제공동모금회를 추진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해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정부의 책임을 민간모금으로 넘기는 꼴”이라며 “공동모금회를 복수로 하면 기부문화가 과거 공동모금회 이전 시절처럼 경쟁과 시장 논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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