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시설 30%, 샤워실·탈의실 등 불법설치
인권위 조사결과 일상생활중 하루 83차례 찍혀
인권위 조사결과 일상생활중 하루 83차례 찍혀
최근 한 중학생은 아파트 단지 안에 설치된 무인감시카메라(CCTV·시시티브이)의 화면을 해킹했다. 해킹한 이유는 부모 몰래 인터넷게임을 하기 위해서였다. 시시티브이 화면을 통해 부모가 오는 것을 미리 확인한 뒤 공부를 하는 척했다. 디지털 시시티브이가 사용하는 아이피 주소가 쉽게 노출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처럼 손쉽게 영상이 유출될 수 있는 시시티브이가 설치되어선 안 될 곳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1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런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인권위가 이날 찜질방과 사우나 등 전국 420개 대중목욕시설의 시시티브이 카메라 설치·운영 실태를 조사해 공개한 결과를 보면, 탈의실 주변과 찜질방, 샤워실 내부, 화장실 입구, 수면실 등 시시티브이 카메라를 달 수 없게 돼 있는 장소에까지 설치한 업소가 조사 대상의 3분의 1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는 탈의실과 목욕실 등엔 시시티브이를 설치할 수 없게 돼 있어, 이런 곳에 달려 있는 카메라는 불법적인 것이다.
또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시시티브이를 설치한 업소는 301곳(71.7%)이었는데, 카메라 설치 사실을 알려야 할 고지 의무를 위반한 시설도 156곳(37.1%)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치된 곳 가운데 남탕과 여탕의 비율도 각각 52%와 48%로 나타나, 여성이 출입하는 곳이라고 해서 특별히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이 밖에도 “주택가와 상가, 지하보도, 교통시설 등 생활 모든 영역에 설치된 시시티브이에 한 사람이 하루 평균 노출되는 횟수는 모두 83.1차례이며, 이동중에도 9초마다 한 번꼴로 화면에 잡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시연에 나선 인권위 관계자는 “원효로 등 국내 거리 2곳의 시시티브이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었다”며 “심지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멀리 있는 시시티브이의 방향을 바꾸는 등 조작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 고성능으로 진화한 시시티브이는 줌 촬영이나 방향 전환, 음성녹음까지 가능해 개인의 사생활과 신원 노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업체 등이 설치한 시시티브이는 따로 규제할 법률이 없어 관련 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최근 민간이 설치한 시시티브이가 크게 늘고 이로 인한 개인의 사생활 노출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 4~10월 백석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남성 목욕시설 218곳과 여성 목욕시설 202곳, 주택과 상가, 학교, 민간시설 등의 시시티브이 설치 현황과 실태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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