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우동민 장애인인권활동가와 함께 활동했던 김기정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영정을 든 이)이 4일 낮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1층 로비에서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자 영정을 든 채 울고 있다. 우씨는 지난해 12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인권위에서 농성을 벌이다 폐렴에 걸려 숨졌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뇌병변 1급’ 활동가 우동민씨
“장애인복지 확대·현병철 퇴진”
지난달 인권위 사무실서 농성
전원 차단된 밤 추위에 떨다
고열에 급성폐렴…결국 숨져
“장애인복지 확대·현병철 퇴진”
지난달 인권위 사무실서 농성
전원 차단된 밤 추위에 떨다
고열에 급성폐렴…결국 숨져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인 앤디가 감옥을 나가고 싶어 했듯이, 나도 마음속 감옥에서 나가고 싶은 꿈이 있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 활동가 우동민(43)씨가 지난해 6월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서울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식지에 쓴 수기의 일부다. 뇌병변 장애로 그는 여섯살 때까지 일어설 힘이 없어 누워지냈다.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불편한 몸과 어눌한 말투가 그에게는 ‘감옥’이었다. 그 감옥 탓에 정규교육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그는 세상의 벽과 부딪치며 언제나 자립을 꿈꿨다. “장가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꿈이었다. 우씨가 장애인 복지와 인권신장을 위해 싸우는 자리마다 달려갔던 이유도 이런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다.
새해 벽두인 2일 오전 10시, 우씨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서울 상계백병원에서 급성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3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 복지 확대와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다 얻은 독감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당시 서울 무교동 인권위 건물 11층에서 우씨와 함께 농성했던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45) 소장은 “자정 이후에는 건물 전체의 전원이 차단됐고, 30여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추위 속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농성 시작 이틀 뒤부터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점거 나흘째인 6일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속 활동가 2명이 고열로 쓰러졌고, 우씨도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응급차에 실려 갔다.
하지만 우씨는 이틀 뒤인 12월8일 한나라당의 2011년 예산안과 장애인활동지원법안 졸속 통과를 규탄하는 집회에 다시 나타났다. 동료들은 이처럼 늘 농성 현장을 지키는 그를 두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하는 동민씨’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날 이후 우씨는 농성장에 나오지 못했다. 감기가 급성폐렴으로 번졌고, 중환자실 입원 닷새 만에 눈을 감고 말았다.
4일 우씨가 마지막 농성을 했던 국가인권위 앞에서 그를 떠나보내는 노제가 열렸다. 그의 동료들이 인권위 건물 앞에 그의 사진 20여장이 담긴 대형 펼침막을 내걸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활동가 30여명을 포함해 80~90명의 추모 인파가 칼바람을 맞으며 노제를 지켰다.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가 가야할 저 투쟁의 길에….” 그의 동료들은 불편한 몸으로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삼켰다. 노제가 끝날 때쯤 우씨의 영정을 든 동료들은 그의 마지막 싸움터였던 인권위 11층으로 향했다. 그러나 인권위가 승강기 운행을 막았고, 우여곡절 끝에 휠체어를 탄 동료들을 남겨둔 채 나머지 동료들만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다. 우씨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마저 장애인에게는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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