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인권·복지

‘용산참사 2주기’ 끝나지 않은 비극

등록 2011-01-19 20:04

진상규명 제대로 안하고 철거민들 중형 선고
강제퇴거금지법 등 재개발 제도 개선도 외면
2007년 9월5일, 지아무개(42)씨는 ‘꿈’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서울 순화동 가정집을 개조해 연 자신의 장어집은 이날 반나절도 안 돼 철거됐다. 가족이 살 집 한 채 갖겠다는 희망도 함께 날아갔다. 이후 아내는 생계를 위해 가사 도우미로 나섰다.

2009년 1월19일 새벽, 그는 평소 친형처럼 따르던 고 윤용헌 순화동 철거대책위원장을 따라 서울 용산의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 올랐다. 처음엔 농성물품을 올려주고 내려올 생각이었지만, 용역직원들이 막으면서 내려오지 못했다. 다음날인 20일 새벽 경찰의 컨테이너 진압이 시작됐고, 지씨가 머물던 망루에 불길이 치솟았다. 지씨는 망루에서 떨어져 두 다리가 부러졌고, 옥상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다시 건물 밑으로 떨어져 허리를 크게 다쳤다. 이후 10여차례 수술과 재수술을 반복해서 받았지만, 그는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

부상 때문에 뒤늦게 기소된 그는 오는 28일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는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게 한 ‘테러리스트’의 낙인이 찍혀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용산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씨 등 7명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4∼5년형이 확정됐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지씨에게 정확히 2년 전의 용산참사는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사건이었지만, 세상은 용산참사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용산참사의 진상규명은 진전된 게 없고, 그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법과 제도의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용산참사 2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추모위)는 19일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문제와 함께 철거민 중형 선고에 대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며 “정부가 철거민과 시민들에게는 소환장 남발 등 보복을 계속하면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오사카 총영사로 보내는 ‘보은 인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용산참사 2주기를 맞아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산참사 2주기 추모 토론회에서 “용산참사를 계기로 제기된 많은 재개발 관련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상가 임차인들의 영업손실보상금을 1개월분 늘리는 데 그쳤고, 재개발분쟁조정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거나 개점휴업 상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추모위는 18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토론회를 열어 “또다른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사회가 마련한 강제퇴거금지법은 △주거권 권리명시 △의사에 반하는 강제퇴거 전면금지 △거주민 의견수렴 △재정착 대책수립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최중경 아내, 사고로 아빠잃은 아이들 땅까지 사들여
YTN에도 ‘블랙리스트’ 있나…박원순 방송불가
잡스 명연설 다시 화제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
‘까도남’ 김주원과 달빛요정 - 판타지를 과소비하는 사회
[신형 그랜저 시승기] 불안하지만 스마트한 ‘그랜저의 ASCC’
“우린 돈벌이 수단이었다”…카라, 소속사에 ‘결별 선언’
한명숙 재판 “0.1초 먼저 일어났다” 입씨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