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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암 걸리면…독일은 ‘병 걱정’한국은 ‘돈 걱정’

등록 2011-02-07 08:01수정 2011-02-07 15:22

국민의료비 중 공공재원 비중
국민의료비 중 공공재원 비중
건보개혁 유럽서 답을 찾다
① 독일의 포괄수가제
② 프랑스의 국고 지원
독일, 보장성 높아중증질환도 소액 부담
한국, 비급여 많아 무릎수술도 수백만원

건강보험이 흔들리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전체 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비율)이 점점 떨어져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2009년 32억원, 지난해 1조3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면서 보장성까지 끌어올리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건강보험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유럽 선진국의 사례와 함께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난달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다름슈타트 디부르크 병원에서 만난 치어괴벨 디터(57)는 코에 호흡기를 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중증 만성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디터는 “일주일 전에 갑자기 숨을 쉬기가 어려워 응급실에 실려 왔다”고 말했다. 입원 뒤 디터는 각종 검사와 약물치료 등을 받았다. ‘병원비 걱정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디터는 “2년 전 기관지 수술을 했을 때도 병원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며 “주변에 암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돈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디터는 입원비로 하루에 10유로(1만5000여원)를 내는 것이 전부다.

#만성관절염으로 5년 넘게 고생을 한 김아무개(69)씨는 지난달 무릎 수술을 받았다. 20일 정도 입원을 했는데 병원비가 550만원가량 나왔다. 그나마 시집간 막내딸이 간병을 해줘 15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 김씨는 “그동안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다가 시집간 딸이 보태줘 수술을 했다”며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2년 전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간 이식수술을 했던 한아무개(62)씨도 검사비와 입원비, 약값, 수술비를 합해 8000만원가량을 썼다. 농사일을 하는 한씨는 병원비 때문에 땅까지 팔아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1억원이 넘게 들어간다는 소리를 들어 돈 걱정으로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디터와 김씨, 한씨의 사례에서 보듯 독일과 한국에서는 병에 걸렸을 때 상황이 크게 다르다. 양쪽 다 ‘다시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는 바람은 강하지만, 한국의 환자들은 돈 걱정으로 시름이 깊어진다. 암이나 희귀난치성 등 중증 질환일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두 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성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환자가 내는 비용만 보면 독일은 거의 부담이 없다. ‘비급여’가 적고 본인부담 상한제가 있어, 암으로 인한 수술 등 중증 질환이나 만성 질환자의 경우에도 아무리 진료비가 많이 나와도 1년에 소득의 1%까지만 내면 된다. 18살 미만과 임신부, 저소득층은 전액 무료다. 독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8년 기준으로 76.8%다. 트럭운전사인 디터는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 보험료로 소득의 7.5%(사용자 별도 부담 7.5%)를 내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한국은 낮은 보장성 탓에 환자 본인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7년 64.6%에서 2008년 62.2%로 오히려 떨어졌다. 간암 수술을 받은 한씨는 “민간보험을 들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고 했다.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국에선 건강보험이 의료비 부담을 해결해주지 못하자,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1년에 평균 15%씩 급성장하는 등 공보험을 흔들고 있다”며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크푸르트/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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