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위원장, 쓴소리 비정규직에 보복성 계약해지”
노조·해고자, 고용차별 진정내고 법적대응 검토
노조·해고자, 고용차별 진정내고 법적대응 검토
국가인권위원회가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적 인권위 운영을 비판해온 노조 간부를 해고하자, 인권위 노조가 현 위원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기로 했다. 인권위 직원이 현직 인권위원장을 피진정인으로 진정을 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현 위원장이 외부 별정직을 배제하고, 일반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직할체제를 구축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는 지난달 2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준) 인권위지부 부지부장인 강인영 조사관(차별조사과)에 대한 일반계약직 공무원 재계약 심사에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계약직 직원과 5년 안의 범위에서 계약을 연장해 왔다.
이에 대해 인권위 노조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고용상 차별”이라며 8일 인권위에 진정을 낼 예정이며, 강 조사관은 계약해지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등 별도의 법적대응을 검토중이다.
인권위 노조는 “인권위의 이번 계약연장 거부 결정은 해당 직원의 노조 활동 특히 현 위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활동에 대한 보복조처이자 인권위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노동부 등에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권고하던 인권위가 특별한 사유 없이 비정규직을 내쫓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의 한 직원도 “인권위가 별정직 계약직원을 조사관으로 쓰는 이유는 고도의 전문성과 함께 업무 특성상 공무원 출신은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성차별 문제에 대해 인권위 최고급 베테랑인 강 조사관을 해고한 데서도 보듯, 현 위원장은 인권문제에 전문성도 애착도 없다”고 지적했다.
강 조사관도 7일 “인사위원회에서 받은 문서에는 계약해지 사유가 없었다”며 “(이유를 물었더니) ‘계약직 공무원을 차별조사과에 계속 배치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반발했다.
2009년 5월부터 인권위지부 부지부장으로 활동해온 강 조사관은 현 위원장의 조직 운영과 직원의 근로조건에 관련된 사안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왔다. 또 인권위 설립 초기부터 약 9년간 정책·조사부서에 근무하는 동안 2002년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 2005년 서울구치소 수용자 사망사건 등 인권위가 성과로 내세우는 굵직굵직한 사건을 처리해 왔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인권위 간부는 “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일반직 공무원 출신 조직이 이참에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민간 전문가 출신들을 본격적으로 내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이번 조처는 위원장 입맛에 맞는 인물을 중심으로 직할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그동안 별정직이 맡았던 보직인 사무총장에 일반직 출신인 손심길씨를 임명해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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