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인 30대 여성이 숨진 아이를 안고 거리를 떠돌다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7일 저녁 8시40분께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지하 분수대 옆에서 30대 여성이 담요를 안고 돌아다니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며칠 전부터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상가 경비원이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은 강하게 저항하는 이 여성한테서 담요를 빼앗았다. 순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담요에 죽은 아기가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아기의 주검은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미라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기 엄마인 박아무개(32)씨와 동거남인 오아무개(32)씨는 6년 전 친구 소개로 만나 동거해 오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안양시에서 부산으로 온 뒤 여관과 고시텔을 옮겨 다녔다. 지적장애 2급인 박씨는 곧 임신을 해 지난 1월 중순 한 여관에서 7개월 만에 미숙아를 낳았다. 병원비가 없어 아기의 탯줄은 오씨가 알루미늄 캔을 반으로 잘라 만든 것으로 잘랐다. 아기는 태어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7일께 숨졌다.
오씨가 아기를 묻어 주자고 했으나 박씨는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죽은 아기가 너무 불쌍하다”며 아기를 품에서 떼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이들은 여관비가 다 떨어지자 며칠 전부터 부산역과 서면 지하상가 등을 떠돌며 노숙을 했다. 박씨는 담요에 덮인 죽은 아기를 잠시도 놓지 않았다.
경찰은 면역력이 약한 아기가 영양 결핍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