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계약직 박인아씨
잘릴까봐 육아휴직 못써
국공립 보육시설 5.5%뿐
보육비 월 100만원 들어
잘릴까봐 육아휴직 못써
국공립 보육시설 5.5%뿐
보육비 월 100만원 들어
“아이 키우기가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습니다. 둘째는 낳기 어려울 것 같아요.”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박인아(가명·37)씨는 5개월 된 딸 때문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출산휴가(90일)가 끝나고 지난 1월 회사에 복귀하기 위해 보육시설을 알아봤으나 아이가 너무 어려 애를 먹었다. 겨우 찾은 보육시설은 집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보육시설에서 회사까지는 또 1시간이 걸린다. 저녁에 퇴근하고 보육시설에 들렀다가 아이와 집에 오면 그야말로 녹초가 된다.
맞벌이를 하는 박씨는 최근 육아휴직을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박씨는 만기가 정해지지 않은 계약직이지만 업무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별정직이다. 직장 분위기도 육아휴직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돈 문제도 컸다. 육아휴직 급여가 너무 적어 생활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선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임금의 40%(최저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가 나온다. 2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박씨로선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박씨는 “보육시설 비용 40만원, 예방 접종 30만원, 기저귀 20만원 등 아이한테만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며 “전기·난방비, 식료품비까지 감안하면 맞벌이를 하지 않고선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결국 둘째를 낳으려던 계획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가르치려면 2억원이 넘게 든다는데 교육비까지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며 “둘째는 낳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22명(2010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의 문턱이 높은 것은 비단 비정규직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텔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김민희(가명·34)씨는 회사가 육아휴직에 반대하자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 김씨는 “회사는 그렇다치고 같은 여성 상사조차 ‘찾아먹을 거 다 찾아먹으려고 하냐’는 식으로 눈치를 주니 정말 괴롭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은 7만5700명이었고, 이 가운데 55.1%(4만1732명)만이 육아휴직을 썼다.
값싸고 믿을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이 적은 것도 문제다. 보육시설 가운데 국·공립은 5.5%에 불과하다. 경기도 광명에서 자영업을 하는 손주영(가명·40)씨는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느라 한 달에 148만원을 쓴다. 아이들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탓에 수영, 태권도, 영어 같은 추가 프로그램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박씨는 “다른 아이들은 이것저것 배우는데 내 아이만 그냥 놔둘 수 없어 어쩔 수없이 추가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2년 전 국·공립 보육시설에 원서를 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그나마 소득하위 70% 계층에게는 정부가 보육시설 이용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윤을 내야 하는 민간 보육시설에선 추가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아 복지혜택의 ‘체감온도’가 낮다. 전업주부들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최저생계비의 100~120%를 버는 차상위계층이 아니면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0~5살 아동 가운데 약 53%는 정부의 보육비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지훈 김소연 기자 watchdog@hani.co.kr
김지훈 김소연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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