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모성보호 개인 일 아냐”…복지부 장관에 대책 권고
윤아무개씨(34)는 보건복지부의 차상위계층 자활근로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전북의 한 민간복지법인에서 초등학생 방과후 수업 담당자로 일하던 2009년 7월 임신을 했다.
윤씨는 임신 8개월째인 지난해 3월 “모성보호법에 따른 산전후 휴가를 달라”고 복지관에 요청했는데, 복지관 쪽은 “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차상위계층은 일반적인 근로자와 같다고 볼 수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나와 산전후 휴가를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윤씨는 결국 한 달 뒤 복지관을 그만뒀고, 같은 해 7월 국가인권위(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윤씨의 진정 내용을 조사한 결과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차상위계층 여성에게 산전후 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며, 복지부 장관에게 산전후 휴가 부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일 밝혔다.
복지부는 “윤씨를 일반 근로자와 같다고 볼 수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은 상태이고, 임신·출산으로 자활근로 참여가 어렵다면 ‘근로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자활근로사업 참여 조건 자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자활근로에 참여하는 차상위계층을 근로자로 볼 것인지 여부는 별도의 정책 검토가 필요하지만, 윤씨가 어쩔 수 없이 퇴직해 생계가 불안해지고 산전후 휴가 급여 또한 받지 못하는 등 피해가 컸다”며 “이는 ‘근로를 통한 생계유지와 향상’이라는 자활근로사업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임신과 출산 등에 따른 모성보호는 개인이 그 책임과 부담을 전담할 일이 아니다”며 “차상위계층 자활근로자라 하더라도 모성보호가 필요한 경우 일정한 휴가기간을 부여하고 안정적 복귀를 지원해 자활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