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자(일본이름 다우치 지즈코·1912~68)씨
목포에서 ‘고아의 어머니’로 불렸던 일본인
탄생 100돌 맞아 한일 양국에서 기념 행사
탄생 100돌 맞아 한일 양국에서 기념 행사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하급관리의 딸로 한국에 온 다우치 지즈코(1912~68)는 한국의 목포에서 ‘고아의 어머니’ 윤학자로 삶을 마쳤다. 올 10월31일은 그가 태어난 지 100돌이 되는 날이다.
한국 사회복지법인 숭실공생복지재단(이사장 박종순)과 일본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이사장 윤기)이 공동으로 발족시킨 ‘윤학자 여사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지난 10일 서울에서 발기인 대회를 연 데 이어 23일 오전 도쿄 뉴오타니 호텔서 일본쪽 발기인 대회를 열어 10월의 기념행사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유엔 고아의 날’ 제정을 추진하는 ’목포선언’과 국제학술회의를 비롯해 한일간 사랑과 평화의 제전이라는 테마 아래 한·일 소년소녀 합창단의 협연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공연하고, 한국 사회복지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료전, 윤학자 여사 기념관 개관식, 목포-고치시간 특산물전 등 역사 문화 종교 등의 영역에서 한일간 지방자치체 사회단체 차원의 민간협력이 망라돼 있다.
도쿄 대회에 참석한 유재건 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 회장(전 의원)은 인사말에서 “고아 없는 세상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한일 두 나라가 이 일에 뜻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앞서 서울 대회에서 기념사업회 대표회장을 맡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다우치 여사는 사랑을 실천한 선구자이며, 단순한 자선사업가가 아니라 일제 치하의 한일 관계를 생각한다면 사랑의 정신이라는 말로는 그 뜻을 표현할 수 없을만큼 두 나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분”이라며 한일 친선의 미래를 밝혀줄 목포선언에 각계 인사들이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시코쿠지방 고치현에서 태어난 다우치 지즈코는 조선총독부 하급관리로 목포에 온 부친을 따라 일본서 건너와 목포고녀를 졸업했다. 목포의 선교사들이 세운 정명여학교의 음악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불우한 고아들을 모아 공생원을 운영하던 전도사 윤치호씨를 만나 38년 결혼한다. 그의 나이 26살, 청혼을 한 것은 다우치였는데 거기엔 기독교 신자로서의 신앙심과 일본의 폭정으로 신음하는 조선의 아픔을 속죄하는 심정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 윤씨가 19살이 되던 18년에 설립한 공생원은 7명의 원생으로 시작했다. 당시 그의 별명은 ‘거지 대장’이었다.
결혼과 함께 이름도 윤학자로 바꾼 다우치는 일제 강점기 후반 온갖 편견을 인내하며 남편의 사업을 도왔다. 그는 50년 한국전쟁 중 남편이 행방불명된 이후에도 공생원을 운영했고, 68년 작고할 때까지 3000여명의 고아를 길러냈다. 말 그대로 남편과 가족을 넘어 가정을 잃은 고아들에게 민족을 뛰어넘은 사랑을 실천한 셈이다. 목포시는 68년 시 최초로 시민장으로 장례를 거행했으며, 3만 명의 조문객이 방문했다.
도쿄/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쓰레기차에 실려간 쌍용차 해고노동자 영정사진
■ 대법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
■ ‘병만족’이 정글에서 살아남는 이유
■ 이상민, 유인나 성추행 의혹에 ‘발끈’
■ 2012부산모터쇼 개막
■ 쓰레기차에 실려간 쌍용차 해고노동자 영정사진
■ 대법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
■ ‘병만족’이 정글에서 살아남는 이유
■ 이상민, 유인나 성추행 의혹에 ‘발끈’
■ 2012부산모터쇼 개막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