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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대학생과 재수생 숫자도 ‘국가기밀’이었다?

등록 2012-06-12 15:52수정 2012-06-12 16:23

대법원, 재일교포 박박씨 간첩사건 28년만에 무죄
누구나 알수 있는 사실 기밀 아니다는 판례 반영
“대한민국에서 유학은 고등학교 졸업자 이상으로 졸업 성적이 20% 이내이면 허용된다는 사실, 서울과 지방에 각각 35개와 63개의 대학이 있고 대학생 수는 서울과 지방에 각각 25만명과 40만명이 있다는 사실, 재수생 수는 24만여명이고 대학재학 중 제적을 당한 학생 수는 7천여명이라는 사실, 서울에 유학생 유치를 위한 사무실을 열려면 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사실 등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여 간첩하고…”

1983년 8월 국군보안사(현 기무사)에 연행돼 기소됐던 재일교포 출신 유학생 박박(일본명 요시다 다케시)씨 간첩사건의 공소장이다. 박씨와 유학알선업자 윤아무개, 이아무개씨 등은 1984년 10월 이런 내용의 국가기밀을 수집해 반국가단체 구성원에게 넘겨준 국가보안법 상의 간첩 혐의로 징역 10년 등의 실형 선고 판결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박씨 등이 2010년 낸 재심 사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여 28년만에 무죄를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최재형)는 지난해 12월 재심 재판에서, 검찰쪽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모아도 간첩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전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윤씨 등이 암달러상에게서 불법 환전한 데 대해서만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박씨 등의 진술조서는 40여일간 불법 구금돼있으면서 구타·물고문·전기고문 등을 받은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기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박씨가 고용된 일본내 학교법인이 조총련과 관련돼 있다고 진술한 주요 증인도 조총련 간부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지만 그 간부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며 “박씨가 간첩행위로 수집했다는 증거도 신문광고, 학원홍보물, 책 발췌 등 누구든지 그 내용을 알려고 하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어서 국가기밀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가기밀의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인정했던 법원이 1997년 ‘공지의 사실’이라면 국가기밀로 보지않기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판례를 변경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 어디까지 국가기밀·군사기밀인가

대법원은 90년대 중반까지도 “국내에서 적법 절차 등을 거쳐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항이라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에게는 유리한 자료가 되고, 대한민국에게는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으면 국가기밀에 속한다”며 국가기밀의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7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그 내용이 누설될 경우 국가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 가치를 갖춘 것’을 국가기밀로 볼 수 있다며 한층 엄격하게 범위를 제한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1992년 국회의원 보좌관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에서, 군사기밀이 되려면 △공지의 사실이 아닌 것으로서 △적법 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 분류·고지 되어야 하고 △누설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비밀로서의 실질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며 “공지의 사실을 누설했다면 군가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이어 1997년 1월에도 국가기밀은 △공지되지 아니할 것 △비밀로 감추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을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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