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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1회 지역복지대상
지역고유 생활밀착 복지사업
가정 살리고 경제도 살리고
지방정부 수장 역할이 중요
열악한 지방재정은 최대 숙제 지난달 2일 전라남도 여수 수항도. 여수 앞바다와 한려수도가 보이는 탁 트인 전경이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섬에서의 삶은 팍팍했다. 수항도는 2가구 3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모두 65살 이상의 노인들이다. 이곳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수도 시설도 안 돼 있어 빗물을 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이날은 여수시 시민단체인 여수섬복지네트워크, 여수시 공무원, 여수시 복지시설인 ‘금강원’의 노숙인들이 섬의 야트막한 야산에서 주민이 일궈놓은 고구마를 캐는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기자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모두 얼굴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금강원의 김용아 부장은 “보살핌만 받아왔던 노숙인들이 자신들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여수시의 ‘섬지킴이 희망나눔 사업’은 섬 지역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밑반찬 제공,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섬복지 사업은 지역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이지만, 전국적으로 보편화할 수 있는 사업이다.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물리적인 환경 탓에 육지보다 불평등한 복지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유인도는 553개(전체 섬 2619개)에 이르며,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은 81만8000여명에 달한다. 섬복지 서비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 육지와 섬지역 간 복지서비스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 시대의 개막과 함께 지방정부는 깨알 같은 복지사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역별 경제 여건, 사회서비스 수요가 다양하고 그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프로그램이 지역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어서다. 지역 중심의 생활밀착형 복지사업은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경상남도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은 저렴한 비용부담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의료비를 줄여주고 있다. 이렇게 가계형편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구매력도 높아져 소비활동도 촉진된다. 지역복지가 가정경제를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만의 고유색을 특화한 복지사업도 확산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보편적 복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복지는 지역 주민의 욕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다. 전라남도가 면 단위 농촌에 공공목욕탕을 건설하는 사업은, 힘든 농사일로 고생하는 농촌 노인에게 뭉친 근육과 피로를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그에 따른 의료비 절감과 건강증진 효과를 내고 있다. 지역 단위에서 ‘작지만 강한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는 무엇보다 지방정부 수장의 역할이 중요했다. 서울 노원구의 자살예방사업은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구의회의 조례 부결에도 굴하지 않고 뚝심으로 진행해 성과를 거두었다. 서울시의 희망온돌사업 역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하늘 아래서 밥 굶는 사람, 냉방에서 자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시작한 사업이었다. 지역복지 사업이 이제 지방자치단체장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복지가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여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열악한 재정이 우선적으로 손꼽힌다. 지난 10월 이찬열 민주통합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국감자료를 보면, 지방 재정자립도는 2008년 53.9%에서 2011년 51.9%까지 악화됐으며, 재정자립도 50% 미만 지자체는 현재 216개로 전체의 88.5%에 이르렀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카롤라 군나르손 스웨덴 지방자치협회 제3부의장은 지난 7월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소장 최연혁)가 함께 마련한 ‘2012년 스톡홀름 포럼’에서 “스웨덴 전체 세금 수입에서 지자체가 거둬들이는 지방세 비율이 50%에 이르고,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지방세 비율은 20%에 이르며, 전체 고용자의 25%가 지방에서 창출된다”고 말했다. 지역복지의 시장화도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복지서비스를 일종의 상품권인 바우처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인요양 등의 복지서비스가 바우처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복지사업이 민간이나 개인의 수익만 창출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서비스의 공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서비스 질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복지가 지역주민의 삶을 보듬는 사업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재완 공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이 직접 참가하는 지역복지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지역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지역복지의 양과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며 “지역복지 사업의 성공 사례가 지역사회에 공유되고 타 지역사회로 파급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역복지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것이다. 여수 목포/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가정 살리고 경제도 살리고
지방정부 수장 역할이 중요
열악한 지방재정은 최대 숙제 지난달 2일 전라남도 여수 수항도. 여수 앞바다와 한려수도가 보이는 탁 트인 전경이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섬에서의 삶은 팍팍했다. 수항도는 2가구 3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모두 65살 이상의 노인들이다. 이곳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수도 시설도 안 돼 있어 빗물을 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이날은 여수시 시민단체인 여수섬복지네트워크, 여수시 공무원, 여수시 복지시설인 ‘금강원’의 노숙인들이 섬의 야트막한 야산에서 주민이 일궈놓은 고구마를 캐는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기자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모두 얼굴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금강원의 김용아 부장은 “보살핌만 받아왔던 노숙인들이 자신들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여수시의 ‘섬지킴이 희망나눔 사업’은 섬 지역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밑반찬 제공, 주거환경 개선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섬복지 사업은 지역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이지만, 전국적으로 보편화할 수 있는 사업이다.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물리적인 환경 탓에 육지보다 불평등한 복지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국내의 유인도는 553개(전체 섬 2619개)에 이르며,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은 81만8000여명에 달한다. 섬복지 서비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 육지와 섬지역 간 복지서비스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 시대의 개막과 함께 지방정부는 깨알 같은 복지사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역별 경제 여건, 사회서비스 수요가 다양하고 그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프로그램이 지역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어서다. 지역 중심의 생활밀착형 복지사업은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경상남도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은 저렴한 비용부담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의료비를 줄여주고 있다. 이렇게 가계형편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구매력도 높아져 소비활동도 촉진된다. 지역복지가 가정경제를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는 것이다. 지역만의 고유색을 특화한 복지사업도 확산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보편적 복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역복지는 지역 주민의 욕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다. 전라남도가 면 단위 농촌에 공공목욕탕을 건설하는 사업은, 힘든 농사일로 고생하는 농촌 노인에게 뭉친 근육과 피로를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그에 따른 의료비 절감과 건강증진 효과를 내고 있다. 지역 단위에서 ‘작지만 강한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는 무엇보다 지방정부 수장의 역할이 중요했다. 서울 노원구의 자살예방사업은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구의회의 조례 부결에도 굴하지 않고 뚝심으로 진행해 성과를 거두었다. 서울시의 희망온돌사업 역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하늘 아래서 밥 굶는 사람, 냉방에서 자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시작한 사업이었다. 지역복지 사업이 이제 지방자치단체장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역복지가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여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열악한 재정이 우선적으로 손꼽힌다. 지난 10월 이찬열 민주통합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국감자료를 보면, 지방 재정자립도는 2008년 53.9%에서 2011년 51.9%까지 악화됐으며, 재정자립도 50% 미만 지자체는 현재 216개로 전체의 88.5%에 이르렀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카롤라 군나르손 스웨덴 지방자치협회 제3부의장은 지난 7월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소장 최연혁)가 함께 마련한 ‘2012년 스톡홀름 포럼’에서 “스웨덴 전체 세금 수입에서 지자체가 거둬들이는 지방세 비율이 50%에 이르고,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지방세 비율은 20%에 이르며, 전체 고용자의 25%가 지방에서 창출된다”고 말했다. 지역복지의 시장화도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복지서비스를 일종의 상품권인 바우처 방식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인요양 등의 복지서비스가 바우처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복지사업이 민간이나 개인의 수익만 창출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서비스의 공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서비스 질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복지가 지역주민의 삶을 보듬는 사업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재완 공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이 직접 참가하는 지역복지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지역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지역복지의 양과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며 “지역복지 사업의 성공 사례가 지역사회에 공유되고 타 지역사회로 파급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역복지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것이다. 여수 목포/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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