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결국 국민연금서 일부 빼서 주나

인수위 “두 연금 통합…구체적 부담액은 미정”
국민연금 가입자에 기간별 차등지급안은 확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연금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투입하기로 해,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8일 “당선인의 공약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현재 기초노령연금 재원인) 일반회계와 (국민연금의) 보험료 일부를 합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세금을 위주로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구체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인수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새 정부는 올해 말까지 4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적립금에는 손대지 않고, 내년부터 걷히는 국민연금 보험료 일부와 현재 기초노령연금에 쓰이는 일반회계 재원을 합쳐 기초연금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인수위 쪽은 내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약 40조원의 기초연금 기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 재원의 78~88%는 세금으로, 12~22% 정도는 보험료로 조성하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0조원 정도의 소요 재원 가운데 최저 1조원에서 최대 2조원까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은 총 30조1000억원이기 때문에, 기초연금에 투입되는 국민연금은 1년치 보험료의 3~7%가량이 된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65살 이상 노인들에게 주는 기초연금의 차등 지급 방안도 확정해 당선인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에 따르면, 우선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 하위 70%에게는 20만원을 주고, 국민연금에 가입한 소득 하위 70%에게는 가입 기간에 따라 금액을 차등 지급한다.

국민연금 10년 가입자의 경우 약 14만원(20만원에서 6만원 차감), 20년 가입자는 15만5000원(4만5000원 차감), 30년 가입자는 17만원(3만원 차감), 40년 가입자는 18만5000원(1만5000원 차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소득 상위 30% 노인에 대해서도 가입 기간에 따라 최대 10만원가량의 기초연금을 주고,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소득 상위 30%는 기여분이 없는 만큼 5만원 이하의 기초연금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최종 연금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기초연금 재원으로 통합하고,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됐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초연금 재원 마련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재원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세금으로 해야 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물론 국민연금조차 없는 소득 하위 70%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국가가 일률적으로 정액 연금 20만원을 보장하는 것은 노인 빈곤을 해소하는 데 획기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약화 우려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조차 힘겨운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쳐 절대빈곤을 없애는 것이 국가의 목표라면, 이 둘이 연계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수위 안에 찬성했다.

이유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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