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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장애인시설 벗어나 ‘역전 만루홈런’

등록 2013-04-18 20:17수정 2013-04-18 22:49

장희영(42)씨
장희영(42)씨
‘장애1급’ 42살 연극배우 장희영씨
시설생활 15년동안 무력한 삶
‘체험홈’ 2년 지내며 두려움 떨쳐
“자립생활, 한마디로 말해 날개”
“홈런! 홈런!”

장희영(42·사진)씨가 외쳤다. 관객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용기를 가지라고. 지난해 10월 <역전만루홈런>이라는 짧은 연극에서 배우로 무대에 선 장씨는 장애인시설을 떠나 자립한 자신의 경험을 ‘홈런’으로 표현했다. “자립생활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날개’ 정도 될 겁니다.”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만난 장씨는 15년 동안을 강원도 철원군의 장애인요양원에서 지냈다. 뇌병변으로 지체장애 1급인 장씨는 시설을 떠나 자립하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을 막아서던 두려움을 떨치고 2011년 시설을 나왔다. 장씨는 그해 12월 ‘장애인극단 판’이 올린 연극 <역전만루홈런>에서 주역을 맡았다. “뭔가에 미치고 싶었어요. 중증 장애인들의 실제 이야기에 연출가의 각색을 거쳐 만들었는데, 세상에 당당하게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장씨는 몸이 좋지 않아 지금은 연극을 쉬고 있다.

중·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장씨는 힘겹지만 걸어다닐 수 있었다. 공부도 악착같이 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직업학교에서 컴퓨터도 배웠고, 국립재활원에서 양재를 배워 섬유공장에서 일했다. 그때 의류회사에 다니던 전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딸도 낳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부터 장애가 더 심해졌다. 아이는 쑥쑥 크는데 이유식 만들어주기도 힘들었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자 짜증만 냈다. 남편이 힘들어한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남편과 아이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1996년 시설에 들어갔다. 장씨는 시설생활 15년을 떠올리는 게 끔찍하다.

“하루하루가 똑같은 생활이었지요. 무료하고 존재감도 없고, 몸 상태도 안 좋아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지적 장애인들이 많았는데, 사회복지사나 봉사자들도 막 대하는 거예요.”

시설에서 나온 뒤에도 악착같은 투쟁이 이어졌다. 장씨는 요양원에서 한 달 10만원의 장애인 수당을 틈틈이 모아 200만원을 마련하고 서울시로부터 정착금 500만원을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체험홈’에서 꼬박 2년을 지낸 장씨는 지난해 12월 드디어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10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것이다.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가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활동보조가 없으면 그냥 누워 지내야 하거든요.” 현재는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활동보조인이 밥을 떠서 먹여주고 용변도 침대에서 받아낸다. 아파트 문턱은 모두 낮춰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데 큰 문제는 없고 화장실은 장애인용으로 따로 개조하지 않았다.

2012년 국가인권위의 ‘시설거주인 현황 및 자립생활 욕구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시설장애인의 82%가 “비자발적으로 입소했다”고 답했고 58%가 “시설을 떠나고 싶다”고 밝혔다.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서울시 한 곳뿐이다. 보건복지부 등 중앙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다. 장애인 단체들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중앙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 대안’ 토론회를 연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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