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영육아원 아동학대 조사 관련
검찰고발·행정조처 권고 따져
인권단체들 “독립성 훼손 압력”
검찰고발·행정조처 권고 따져
인권단체들 “독립성 훼손 압력”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 결정에 대한 여당 국회의원의 압력을 받고 인권위 조사관에게 해당 의원을 찾아가 해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원장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스스로 저해한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인다.
인권단체들이 꾸린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인권위 공동행동)은 17일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충북 제천·단양)이 제천영육아원(보육원)의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를 두고 현 위원장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현 위원장은 이에 장단을 맞춰 (조사관에게 해명을 지시하는 등) 인권위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5월 제천영육아원을 직권조사한 뒤, 아이들을 폭행·감금하는 등 학대한 혐의로 원장과 교사 1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제천시에 이 기관에 대한 행정조처를 권고했다. 경찰은 이달 하순 수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제천이 지역구인 송 의원은 이달 초 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권위 결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인권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 위원장은 국회와의 업무협조를 담당하는 인권위 기획재정담당관실을 통해 지난 4일 이 조사를 맡았던 조사관에게 “송 의원에게 직접 찾아가 해명하라”고 지시했다. 담당 조사관은 “(송 의원이) 공식 절차도 없이 위원장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 결과를 해명하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절했지만, 대신 상급자인 조사과장이 송 의원실을 찾아가 조사 내용을 해명했다.
인권위 내부 관계자는 “송 의원 등 지역 관계자들이 인권위의 결정을 공개 비판하는 상황에서 송 의원이 직접 위원장에게 연락했으니 외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의원실의 태도도 매우 고압적이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4일 송 의원은 지역의 한 장애인단체 행사에서 “(제천영육아원의) 한 가지 잘못이 아홉 가지 잘한 것을 덮어버렸다. 제천시에서도 인권위가 하라는 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송 의원실은 “지역구의 중요한 시설인 영육아원 문제라 인권위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제천시의 행정제재를 앞둔 시점이라 다급하다 여겨 (현 위원장에게) 직접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인권위 독립성에 대한 현 위원장의 무지가 부른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 위원장 취임 뒤) 외부 간섭을 엄격하게 배척해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약해졌다. 독립성에 대한 기조가 확실하다면 조사 담당자를 의원실에 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부당한 권력의 압력에 대해 조사관이 해명하도록 한 것은 현 위원장 스스로 인권위의 독립적 조사와 권고 기능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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