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부산 ‘현주집 그룹홈’ 아이들이 체험학습 시간을 맞아 신문지로 풀죽을 쑤고 있다. 현주집 그룹홈 제공
나눔해가 떴습니다(2013 사랑의 열매-한겨레 공동캠페인)
② 부산 그룹홈 ‘현주집’ 가족들
② 부산 그룹홈 ‘현주집’ 가족들
부모의 방임과 폭력에 생채기
대부분 ADHD·지적장애 앓아 ‘유도 메달 꿈’ 지원 절실하고
언어·약물치료도 해야 하지만
빠듯한 살림에 한숨만 ‘푹푹’ 은비와 함께 유도대회에서 메달을 딴 강희(15·가명)도 마찬가지다. 여덟살 때 돌아가신 아빠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혼자 식당일을 전전하며 살림을 돌보는 엄마는 아침 8시에 출근하면 밤 10시까지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돌볼 사람 없는 전셋방엔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가 뒹굴었다. 그 집에서마저 엄마와 함께 쫓겨난 강희는 현주집에 왔다. 2년 전 처음 왔을 때 13살의 강희는 이미 70㎏이 넘는 거구였다. 오래 방치된 아이들 특유의 비만 증상이었다. 엄마와 살 때 강희가 끼니로 즐겨먹은 것은 500원짜리 컵떡볶이다. 피시(PC)방에서 게임을 하다 배가 고프면 허겁지겁 컵떡볶이를 먹었다. “그땐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하루종일 게임만 했어요. 지금은 사람 됐죠.” 강희는 지난 날을 떠올리며 민망한 듯 키득거렸다. 지적 장애를 앓는 수연(13·가명)이는 친구가 남의 차에 불내는 것을 구경하다 경찰에 붙잡혀 현주집에 왔다. 지능이 낮아 그게 죄인지도 몰랐다. 수연이처럼 지적 장애를 앓던 부모는 아이를 보살필 처지가 못 됐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막내 수진(6·가명)이는 아직 세모 모양도 그리지 못한다. 입학은 뒤로 미뤘다. 아이들에겐 치료가 절실하다. 한 원장은 “아이들의 타고난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니라 학대와 폭력 등을 경험하고 부모와 교감하지 못해 정서 발달이 늦은 것이다. 심리치료와 체험활동을 통해 충분히 또래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지원한 상담치료사가 상근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약물치료·언어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 없인 공염불이다. 전문치료기관의 도움을 받으려면 1명당 적어도 한달에 30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룹홈의 빠듯한 살림으로는 꿈도 못꾼다. 9월 전국대회 출전을 앞둔 은비와 강희를 돌보는 일도 그룹홈 식구들은 걱정이다. 은비와 강희는 유도를 배우기 위해 다달이 20만원씩이 필요하다. 대회를 앞두곤 전지훈련 등을 위한 비용이 추가로 든다. 가난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정부의 도움은 없다. “이 아이들에겐 그 길뿐이거든요. 아이들에게 재능이 있어도 제가 끝까지 밀어줄 수 있을지….” 한 원장의 한숨이 깊었다. 부산/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 |
■ 깜찍·발랄·시크…지금 역도계는 ‘소녀시대’
■ “4대강 보 관리비 1년에 6000억, 지금 철거하면 1600억”
■ ‘무노조’ 삼성중공업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 ‘섹스팅’ 뉴욕시장 후보 부인 힐러리 흉내내자 클린턴 부부 격분
■ [화보] 방화대교 공사현장 상판 붕괴…또 중국 동포들 희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