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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싱크탱크 광장] 노인 ‘삶의 질’ 높이려면 지방정부 자율성 높아져야

등록 2013-09-16 19:35수정 2013-09-16 20:40

제11회 한·일 마음의 교류 심포지엄이 ‘노인복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13일 오후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 내 김덕윤예배실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제11회 한·일 마음의 교류 심포지엄이 ‘노인복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13일 오후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 내 김덕윤예배실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노인복지와 지방정부 역할’ 한·일 심포지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일본은 이미 2006년에 노인인구가 20%를 넘은 초고령 국가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 문제는 양국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다.

일본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윤기 이사장)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는 한·일 양국 두 나라의 노인복지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진단하고 그 역할 증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바로 ‘노인복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제11회 한·일 마음의 교류 심포지엄이다.

사회복지법인 숭실공생복지재단과 일본의 공익재단법인 유니벨 재단 등이 공동주최자로 참여한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13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렸으며, 두 나라에서 300여명의 관계자 및 청중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심포지엄엔 특히 손건익 국민대 석좌교수가 ‘고령화 시대의 노인정책 방향’이란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펼쳤으며, 발제는 한국 쪽에서 전용호 남서울대 교수와 이은영 계명복지재단 상임이사가, 일본 쪽에서는 유키 야스히로 일본 슈쿠토쿠대 교수와 시라사와 마사카즈 오비린대학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특별 토론자로는 조흥식 서울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날 심포지엄의 전체 주제는 ‘노인복지 서비스의 향상을 위해 지방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였다. 발제자이자 토론자로서 이 세션에 참가한 필자의 소감은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던 유용한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 주제와 관련해 내린 한·일 양국 전문가의 결론은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해 지방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대상자 발굴 및 지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1989년 노인복지 서비스 계획인 ‘골드플랜’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노인복지를 위한 지역사회의 공공 인프라가 대거 확충됐으며, 2000년에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노인요양제도인 개호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이전까지 공공에 의한 복지 인프라는 너무나 미비했다. 그러다 2007년 노인돌봄바우처 제도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면서 공공에 의한 노인돌봄서비스가 일정 궤도를 탔다. 이번 심포지엄 발표 내용을 종합해 보건대, 일본의 노인복지 시스템은 우리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 보인다. 첫째는 일본도 서구처럼 지방정부가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파악해서 노인에게 연계시키는 등 지역사회복지가 잘 발달해 온 것이다.

특히 각 시가 장기요양보험의 보험자로서 지역사회복지와 연계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호보험을 통해 경증부터 중증의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일본 쪽 발제자인 유키 야스히로 슈쿠토쿠대학 교수는 “개호서비스는 모두 개호보험제도에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시의 고령자 정책의 대부분은 개호보험제도의 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 보험 재정이 악화하면서 각 지방정부가 보험료를 해마다 인상하게 됐고, 이에 따라 노인들의 보험료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최근 들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기능이 소극적이고 미흡하다. 지역사회의 자원과 서비스 이용 현황 등 기본정보가 충분히 파악되지 않고 중앙정부의 지침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근년 들어 사회서비스가 크게 증대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회복지 공무원의 업무 과다와 인력 부족 등으로 자살 등 불행한 사건도 빈번해졌다. 특히 노인돌봄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등으로 전달체계가 복잡하고 여러 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더욱이 보험제도와 조세제도가 혼재해서 서비스 간의 연계도 어렵다.

일본의 노인복지제도에 주목할 두번째 요소는 시가 중심이 되어서 각 지역에 ‘지역포괄지원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원스톱으로 노인에게 보건·의료·복지서비스의 종합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서비스에 적합한 기관을 연계하고 있는 점도 의미롭다. 시라사와 마사카즈 오비린대학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서비스 종류와 범위를 확대해서 소득보장, 고용, 교육, 인권 옹호의 정책도 지역포괄 케어에 포함시켜서 발전시켜야 한다”며 “지역의 네트워크 만들기를 구축해서 포괄적인 지역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국은 지역포괄지원센터 구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은 논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번째 주목할 지점은 일본은 개별 노인들의 서비스 이용을 지원해주는 ‘케어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갖춰져 ‘케어 매니저’가 현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으로 연결하고 노인 입장에서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시스템이 부재해서 노인 스스로 또는 그 보호자가 대신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보호자나 없는 독거노인이나 노인 부부들은 제도나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접근과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2000년 개호보험제 앞서가
한국은 8년 뒤 노인돌봄 본격화

지방정부가 서비스 주체인 일본
포괄지원센터 통해 원스톱 상담
‘케어 매니저’가 현장 모니터링
우리 현실 맞게 도입할 필요 있어

중앙정부 지원 삭감·폐지되면
지방분권화가 오히려 독 될수도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선은 지방 분권화를 강화해 지방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노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역사회 차원의 시스템 개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사회서비스인 지역투자개발사업의 예산편성 권한을 지방정부에 일부 이양하는 등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주요 업무인 공공부조의 현금급여와 다른 사회서비스의 고유한 특수성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서비스는 대상자의 개별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통합적인 서비스 이용 지원과 모니터링, 서비스 질 관리 등 전달체계 전반의 밀착 지원과 사후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정책의 단순 중개자 구실에서 벗어나 지역단위 복지사업의 기획과 기초자치단체에 관한 지원과 관리·감독 업무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반면 ‘기초자치단체’는 대상자의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 지원과 상담업무의 강화에 힘써야 하며, 서비스의 모니터링과 품질 개선 업무를 위한 인력 교육 등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와 케어 매니지먼트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한국적인 현실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날 특별 토론자로 참여한 조흥식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복지관으로 하여금 지역포괄지원센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재정과 관련해서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하고 협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방 분권화를 통한 지역사회복지의 강화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함께 힘써야 할 정책방향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고려한 정책 추진의 속도 조절과 신중한 접근도 함께 요구된다. 유키 야스히로 교수는 “일본은 지방 분권화가 더 진행되면 현재와 같은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가 줄거나 보조금 사업이 폐지돼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의 복지 서비스는 더 (질이) 저하된다”며 “지방 분권화에 의해 오히려 복지서비스가 약화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가령 노인 입소시설을 위해 ‘특정재원’으로 제공되던 중앙정부 보조금이 지방정부의 ‘일반재원’이 되어 노인 사업비는 오히려 축소되고 다른 사업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점이 그 실례다.

이처럼 우리 중앙정부는 지방 분권화가 오히려 지역의 복지 위축이나 지역간 격차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더불어 지방정부간 재정자립도 차이로 인한 가용 복지예산의 격차 해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시와 농어촌 지역 간 공급 격차로 인한 서비스 이용의 불평등 해소에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자율성도 그 역할 강화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전용호/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사회복지사 역할 약화…전문성·신뢰 높여야

이날 심포지엄의 두번째 주제는 ‘노인장기요양 제도와 사회복지사의 역할’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이은영 계명복지재단 상임이사와 시라사와 마사카즈 일본 오비린대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일본의 개호보험제도 등 두 나라의 주요 노인복지 제도 아래에서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과 지위 향상 등 위상 강화를 역설했다.

■ 의료수요 늘면서 복지사의 역할 약화 우리나라는 2008년 7월 도입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따라 노인장기요양기관이 생기면서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이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56만여명이고, 이 가운데 11%가량인 6만1355명이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이은영 상임이사의 추론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노인장기요양기관 종사자 30만명 가운데 사회복지사는 2%가량인 6277명이다. 하지만 기관의 시설장과 사무국장, 그리고 요양보호사 중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자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는 추정치보다 더 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이 상임이사는 “장기요양기관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는 늘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노인요양시설 이용자 가운데 중증 노인이 많아지면서 의료인의 역할이 늘어난 반면 상담이나 입소자 관리·감독 등 사회복지사의 영역은 줄어들었고, △케어 매니지먼트가 제도화되지 않아 사회복지사의 고유 업무 영역이 약화됐으며, △올해부터 요양보호사에게만 처우개선비를 지급하도록 명문화하면서 사회복지사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빨리 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이른 2000년 4월부터 노인장기요양을 위한 ‘개호보험’ 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 속에서 사회복지사는 두가지 형태로 종사하고 있다. 하나는 개호지원전문원, 즉 케어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또 하나는 이 제도에 근거해 2006년 4월 지역포괄지원센터가 창설되면서 여기에 사회복지사가 배치됐다. 그러나 일본 역시 개호보험에 대한 의료적 수요가 높아지면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게 시라사와 교수의 설명이다.

■ 전문성과 신뢰를 통해 사회복지사 지위 높여야 한·일 두 나라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사의 지위 향상을 위해선 무엇보다 전문성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영 상임이사는 “2000년대 들어 사회복지사 자격증 교부 건수가 급증하고 활동 영역과 직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과연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따라서 사회복지사의 전문성 제고가 절실한데 이를 위해선 “교육과정 개편, 분야별 전문사회복지사 제도 신설 등 전반적인 자격관리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사회복지사의 처우는 그리 높지 않다. 그렇지만 합격률은 17.2%로 낮다. 시라사와 교수도 “(이렇게) 어렵게 합격한 사회복지사가 자부심을 가지려면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강화해 사회적인 지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복지사 고유의 업무 영역을 확립해 사회적으로 신뢰를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는 데 양국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이 상임이사는 “사회복지사 고유의 전문적인 업무 영역이 사회로부터 어떻게 인정받을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회복지사라고 밝힌 유키 야스히로 슈쿠토쿠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으면 병원에 실습생으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 독점적 지위가 있다”며 “이처럼 업무 독점적 자격이 있어야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이사는 이와 함께 “사회복지사가 어떤 역할과 사회적 기여를 할 것인가를 고민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법정 배치기준만을 채우기 위한 양적 확대를 스스로 방관해오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시점”이라며, 사회복지사 내부의 성찰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동훈 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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