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도 “도 넘은 보도”
여성단체, 조선일보 등 고발키로
여성단체, 조선일보 등 고발키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어린이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국제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지부는 17일 ‘아동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에 대해 언론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을 둘러싼 일부 보도가 도를 넘어서 아동 인권 유린으로 치닫고 있다”며 “한 신문이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아이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친구들에게까지 출생의 비밀을 묻는 인권침해 기사를 잇따라 게재하더니 인터넷을 통해 해당 아동 사진이 무단으로 유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이어 “공직자의 윤리,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공인도 아니며 성인도 아닌 한 아이의 사생활 정보를 낱낱이 파헤쳐 공개할 근거는 절대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단체는 이날 <동아일보>에 실린 ‘채동욱 아버지 전상서’ 칼럼을 거론하며 “아이에 대한 언론의 인권 침해가 이제 조롱으로까지 치달은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최영해 논설위원은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이 뉴욕에서 채 총장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상황을 설정해 가상편지 형식으로 칼럼을 작성했다. 보호해야 할 아동을 글의 주어로 전면에 내세우는 ‘반인권적 발상’ 탓에 이 칼럼을 향한 비난이 이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줄을 이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초등학교 5학년 아이까지 정치투쟁의 도구로 이용해먹는 인성의 잔혹함”이라고 비난했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정보 인권의 주체가 분명한데 채 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아동의 경우 동의 없이 사적인 정보가 유출되고 정치적 도구로 활용됐다”며 “동아일보 칼럼은 어린이에게 인격이 없다는 가정하에 쓴 최악의 코미디이자 어린이 인권 차원에서 너무나 끔찍한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한국 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16조는 어떠한 아동도 사생활과 가족에 대해 자의적, 위법적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고 현행 아동복지법 17조도 아동의 정신적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일련의 보도는 우리 사회가 아동의 사생활이나 인격, 존엄성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다시 한번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아동 인권 유린 보도가 지속될 경우 모든 수단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각종 개인정보가 정부 당국과 언론에 의해 유포되면서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피해가 막중하다”며, 오는 24일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유리 이정국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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