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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노동계 일단 “환영”…단계시행엔 “재계 빠져나갈 구멍” 지적

등록 2013-10-07 19:38수정 2013-10-08 08:12

‘근로시간 단축’ 당정합의 반응

‘삶의 질 향상’ 정치적 합의 성과
일자리 50여만개 창출 기대속
중기 인건비 부담 가중 전망도

탄력근무제 확대 ‘개악’ 비판
근로시간 특례업종 폐지 등
“근본 해결책 모색 필요” 제시도
정부와 새누리당이 7일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킴으로써 현재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한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대폭 단축시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마련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 관행을 깨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011년 기준 211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696시간)에 비해 한참 길다.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다. 주당 48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노동자 비율(54.0%)도 영국(34.5%)이나 미국(24.3%), 일본(25.1%) 등 선진국보다 배 가까이 많다.

이처럼 긴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추가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낸 성명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산성 향상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치적으로 합의가 된 점은 의미가 크다. 정착된다면 50만~6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노광표 소장도 “중소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보전 압박이 크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구조적으로 열등한 조건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뒤따르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일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상시근로자 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노사가 합의하면 한시적으로 근로시간 추가 연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관련 법안 가운데 야당안은 공포한 날로부터 일괄 시행하도록, 여당안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여당안대로라면 실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고충이 더 큰 영세 사업장까지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이에 대해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시행 시기에 차등과 예외 조항을 둔다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야당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재계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계적 시행을 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현행 근로기준법은 명백히 연장근로를 주당 12시간만 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고용부의 행정해석 때문에 그동안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법에 따라 행정해석을 당장 폐기하고 전면적으로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도 합의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특정 기간 안에서 총 법정 근로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당정은 이 기간을 현행 ‘노사 합의 때 3개월 이내’에서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노동계는 탄력근무제 확대는 개악에 가깝다고 말한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탄력근무제가 확대되면 일감이 없으면 4시간 일 시키고 일감이 많으면 12시간 일 시키는 변칙 운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변칙 운용이 예상되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재계 쪽 주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번 당정 협의는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근원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장시간 노동의 폐해를 분석한 <과로사회>의 저자 김영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학술연구교수(사회학)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단 긍정적인 정책 변화지만, 고도비만으로 고혈압을 일으킨 환자에게 혈압약만 줘서 연명시키는 꼴이다. 근본적으로 살을 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시간제 등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근로시간 특례 업종 폐지 △임금 체계 개선을 꼽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법정 근로시간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 업종 종사자가 400만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은기 정책국장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임금 체계가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연장근로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정국 임인택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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