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0일 진영 장관이 직접 보고
소득·재산 연계 등 대안 내놨지만
청, 며칠뒤 “국민연금 연계” 통보
복지부 “8월보고뒤 추가 보완” 해명
소득·재산 연계 등 대안 내놨지만
청, 며칠뒤 “국민연금 연계” 통보
복지부 “8월보고뒤 추가 보완” 해명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말 기초연금안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국민연금과 연계할 때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문건이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연계안을 반대한 논리가 상세히 담겨 있어, 1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잇따를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김용익 의원(민주당)이 13일 공개한 복지부의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보면, 복지부는 8월30일 청와대 보고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직접 연계한 기초연금 방식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해’ 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당시 보고는 진 장관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했고,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를 보면, 복지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언급한 방안을 ‘기본안’으로 표현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에게 20만원을 깔아주고(전액 지급하고) 가입한 분들에게는 20만원이 안 되는 부분만큼 채워주는 방식”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처럼,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지급액에 연계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런 방식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손해가 되고,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저소득층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자의 기초연금이 줄어든다고 인식할 경우 보험료 납부 회피가 우려되나, 과세자료 부족으로 보험료 납부 독려에 한계”가 있다며 “가입기간 10년 미만의 지역가입자들은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고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여기서 두가지 ‘보완 방안’을 내놨다. 먼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되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게도 기본적으로 10만원을 보장해주는 ‘1안’과 국민연금과는 상관없이 소득과 재산에 연계하는 ‘2안’을 제시했다. 1안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정부 최종안과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복지부는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가입자의 반발을 살 게 뻔한 1안보다는 2안 방식의 기초연금을 도입하자는 최종 의견을 밝혔다. 복지부는 보고서 끝 부분의 ‘종합검토’에서 “기본안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본안의 효과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렵다”며 “소득인정액 차등 방식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해 현 노인세대의 빈곤 문제를 완화하고, 제도적 여건이 갖춰진 시점에 기본안의 취지에 따른 기초연금제도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청와대는 물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보고를 받은 지 며칠 만에 국민연금 연계 방식으로 확정하라는 뜻을 복지부에 통보했다. 진 장관은 결국 지난달 “그동안 제가 반대해왔던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가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사퇴했다. 그 뒤 청와대와 복지부는 정부 최종안이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와 미래세대에 손해도 아니고 불리하지도 않다는 주장을 잇따라 내놨다. 복지부의 경우 보고서 내용과는 정반대로 말을 바꾼 셈이다.
김용익 의원은 “기초연금법안 내용의 불합리함은 이미 드러났다. 국정감사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보도해명자료를 내어 “8월 보고 뒤 당초 공약 내용과의 부합 여부, 지원수준 등을 감안해‘당초 공약대로 국민연금 연계안으로 추진하되, 이 방안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보완을 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9월 중순 청와대 서면보고안에는 ‘8월30일 보고한 조정 연계안의 장점은 살려 최대 20만원을 받는 노인의 수를 늘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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