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평생 4300만원 손해”
장기 성실납부자 불이익 지적
노인들도 “세대갈등 야기 싫다”
연금 사각지대 비정규직은
근본적인 소득보장 체제 호소
장기 성실납부자 불이익 지적
노인들도 “세대갈등 야기 싫다”
연금 사각지대 비정규직은
근본적인 소득보장 체제 호소
“저는 박근혜 정부의 ‘짝퉁 기초연금’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미래의 노인세대’인 청년입니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정부안이 시행되면 현재 20살은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 평생 4300만원 손해를 본다고 합니다. 지금 청년은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입니다. 노후보장 문제를 고민해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저임금 기준선이 120만원인데, 제가 받는 임금이 120만원입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지 3개월째로 한달에 5만원 조금 더 내고 있습니다. 당장 이 돈이면 친구들과 술을 더 마실 수 있지만, 내 미래를 위해 5만원을 더 내는 거죠. 그런데 과연 이 돈이 미래의 이익으로 돌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초연금 국민공청회’에서 발언에 나선 정준영(27)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노동·복지단체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과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이 함께 연 공청회에는 당장 내년부터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청년·여성·비정규직·특수고용직·농민 등 각계각층의 ‘미래 노인’들이 참석해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성토했다. 정씨는 “청년들이 장시간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할수록 기초연금이 삭감되면, 한마디로 국민연금 내지 말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사무직 노동자 조선아(39)씨도 비슷한 하소연을 했다. “저는 사무직의 평균적 임금을 받는데 시댁과 친정 부모님께 합쳐서 월 70만원의 용돈을 드립니다. 또 초등학생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데 한달에 30만원이 들어가요. 전체 월급의 10~15%는 4대 보험으로 빠지죠. (우리 나이로) 마흔이 넘어 정년이 다가오는데 노후 불안감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연계안을 듣고 사무실에서 나온 얘기가 국민연금 탈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었어요. 차라리 종신보험에 드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노인세대의 시선도 곱지 않다. 대한은퇴자협회 회원 이청수(68)씨는 “정부안은 세대갈등 소지를 안고 있어 현재 안은 개선돼야 한다. 미래 노인세대에게 노인빈곤 문제가 대물림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기초연금 문제를 넘어 더 근본적으로 소득보장 체제를 개선하자고 호소했다. 레미콘기사인 양재두(43)씨는 “사업자라는 미명 아래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노후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일 못하는 상황이 되면 최저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파기를 비판하면서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만 차등지급할 게 아니라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균등지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공적 노후보장 체제를 약화시키고 분배 정의를 왜곡하는 정부안 대신 각계각층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편적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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