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동두천 두드림이레그룹홈에서 석현이가 블록 장난감으로 만든 카메라로 문정화씨의 사진을 찍고 있다. 두드림이레그룹홈에는 석현이와 성우 등 다섯 아이들이 산다. 이곳 시설장인 문씨는 “이 아이들에게 나는 엄마다. 형편이 어려워도 아이들을 위해 그룹홈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눔해가 떴습니다] ❻ 다섯 아이 보금자리 이레그룹홈
시설장 문정화씨가 엄마처럼 키워
지자체 지원 끊겨 재정곤란 심각
부족한 돈 메우려 알바까지 나서 놀이터에서 놀 줄도 모르던 석현이는 어린이집에 갈 시간을 문씨보다 먼저 챙겼다. 다리를 주물러 주는 ‘쭉쭉이 체조’를 할 때마다 소리치며 자지러지던 성우는 이제 낯선 사람에게도 먼저 가서 안긴다. 석현이는 아직 또래보다 조금 작지만, 둘 모두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밥을 먹는 동안 석현이는 반찬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엄마에게 물었다. “이걸 먹으면 튼튼해져요?” 아이들은 마늘종도 시금치도 꼭꼭 씹어 먹었다. 석현이는 만들기에 소질이 있고, 성우는 벌써 웬만한 단어는 알아들을 정도로 언어능력이 좋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지만 문씨의 고민은 깊어간다. 석현·성우 말고도 키울 여력 없는 부모가 맡긴 3남매를 문씨가 홀로 감당해야 한다. 보육교사를 둬야 하지만 여유가 전혀 없다. 경기도와 동두천시는 시설장과 보육교사 2명의 연간 인건비 각 1900만원씩과 월 운영비 24만원을 지원해야 하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주지 않고 있다. 그룹홈의 수입은 아이 1명당 40만원가량 되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다. 이 돈의 절반은 생활비로, 절반은 아이들의 학원비와 저축에 들어간다. 문씨는 자원봉사자에게 아이를 맡겨둘 기회가 생기면 월세 등 운영비를 보태기 위해 시립도서관 놀이수업 문화강좌 아르바이트까지 나선다. 문씨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아이들에게 엄마를 두번 잃게 할 수는 없다”며 그룹홈 문을 닫을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문씨는 한때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다 열악한 환경의 아이를 도와주자고 학교에 건의했다 좌절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때 한 아이가 집엘 들어가지 않아 찾아가보니 집안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요. 학교에서도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는데, 도울 수 있는 아이를 놓쳤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죠. 그룹홈을 열게 된 계기였습니다.” 지난 26일 안타까운 표정의 문씨 옆에서 석현이와 성우는 맑은 얼굴로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어린이집에서 산타할아버지한테 받은 로봇 변신 경찰차와 소방차였다. 석현이는 성우의 경찰차를 로봇으로 변신시켜주며 말했다. “나는 소방관이 될 거고 성우는 경찰관이 될 거예요.” 동두천/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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