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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해 넘기는 ‘3대 비급여’…중증환자 가족 ‘깊어지는 시름’

등록 2013-12-30 20:08수정 2013-12-31 08:24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건강보험가입자포럼 참여단체 대표들이 지난 6월26일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이 선거용 거짓공약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건강보험가입자포럼 참여단체 대표들이 지난 6월26일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이 선거용 거짓공약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 올해안 대책 예고했지만
건보 보장성 강화안 결국 연기

‘메디컬푸어’ 70만가구 의료비 고통
의료단체들 “공약 후퇴냐” 비판
* 3대 비급여 : 간병비·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

울산의 한 병원 혈액암병동 6인 병실. 남편 강아무개(39)씨를 간병하는 차한아(36)씨는 세밑인 30일 밤에도 병실 보조침대에 쪼그리고 누워 새우잠을 청했다. 용접일을 하는 남편은 지난해 말 ‘다발성골수종’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종양이 뼈에 침범해 뼈를 녹이거나 잘 부러지게 하는 희귀 혈액암이다. 남편 간병을 하는 차씨도 허리디스크 질환으로 저려오는 뼈마디에 자주 잠이 깬다. 환자가 환자를 간병한다.

부인 차씨가 온통 간병에 매달리다보니 집안은 엉망이다. 내년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이는 가정형편상 학습지를 끊었다. 아직 학용품 준비도 하지 못했다. 한달에 한번 집에 들르면 네살배기 둘째는 차씨의 바지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린다. 치아가 빠져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67살 시어머니에게 간병을 부탁할 수도 없다.

차씨는 직접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밥도 떠먹여줘야 한다. 간병인을 쓰고 싶지만 하루 8만5000원이라는 말에 단념했다. 차씨는 “체중이 14~16㎏ 빠지면서 나도 환자가 됐다. 나와 아이들은 물론 시어머니, 친정 가족까지 모두 고통을 떠안고 산다”며 힘겨워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3대 비급여’(간병비·상급병실료·선택진료비) 가운데 특히 환자 가족의 고통이 두드러진 게 간병비 부담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입원환자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자 가정의 36.6%는 간병인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 가운데 80% 이상이 한달에 210만원의 간병비를 지출했다. 한달 간병비가 2012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409만3000원의 50%를 넘는다는 얘기다.

차씨는 3대 비급여 부담을 덜어줄 대책을 올해 안에 내놓겠다는 지난 6월 정부 발표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성 질환) 100% 보장’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3대 비급여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간병비의 경우, 정부는 1월에야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태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30일 “간병비 문제는 대통령 임기 안에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보호자 없는 병원’을 간호인력 수급문제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제도화하는 실행계획을 1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의료기관이 간호인력 확충을 통해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검토 중인 간병비 대책이 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실시와 함께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요양급여에 포함해야 한다. 간병서비스가 공적 의료체계에 포함돼야 저소득층 등이 현재 전액 본인이 내는 부담금을 면제받아 실질적인 간병비 대책이 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급여체계에 포함시키지 않고서는 집에서 치료하는 환자들의 간병비 문제 해결이 쉽지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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