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 서울 성북구에 있는 카페 ‘별꼴’에서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9일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이정식(26)씨가 감염 사실을 알리고 ‘축하’받는 자리를 마련했다.(<한겨레> 1월3일자 12면 참조). 20평(66㎡) 남짓한 작은 공간은 200여명의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 탓에 감염인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일은 드물다. 대학원생 김아무개(27)씨는 “초등학교 때 조례시간에 잠깐 본 관련 비디오와 주위에서 어쩌다 우스갯소리로 주고 받는 편견 섞인 농담 정도가 전부다.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서강대 어학당을 다니는 독일인 카롤린 둠켈(40)은 “에이즈는 독일에서 주요 사회적 의제 중 하나다. 베를린에서 에이즈인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한국은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서 왔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에이즈 감염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윤가브리엘(46)씨 등이 참여하는 ‘토크콘서트’도 열렸다. 윤씨는 “내가 감염 사실을 타인에게 처음 털어놓았을 때, 그 친구가 나를 꼭 안아줬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에이즈 예방은 감염인들이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어야 가능하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이런 반응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주변을 비롯해 익명의 감염인들에게까지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 20대 감염인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감염 사실을 숨기며 살아가는 게 무척 답답했는데 기사를 보고 큰 힘이 됐다며, 응원의 뜻으로 25만원을 보내왔어요.” 외국에서 에이즈 인권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도 응원 메일을 보내왔다. “어느 일본인 활동가는 일본에는 이런 파티를 여는 사람이 없다고, 소개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씨는 올 가을 에이즈 관련 퍼포먼스 ‘44’를 서울에서 열 예정이다. 연말까지는 다큐멘터리 ‘옐로우4’를 완성해 감염인 인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도 계획하고 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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