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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세모녀 비극’ 없으려면…근로능력 없는 성인자녀 지원을

등록 2014-03-02 21:11수정 2014-03-03 10:07

복지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안

기초생활보장 스스로 신청 안해도
혜택받도록 발굴 위주로 바꾸어야
사각지대 만드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밀린 월세 70만원을 남기고 세상을 뜬 서울 송파구 석촌동 세 모녀의 비극은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정책과 민생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만약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생계·주거지원이나 일자리 대책이 있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이런 비극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부양의무제 등을 폐지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현재 ‘신청주의’로 돼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발굴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성인자녀 따로 지원 필요 세 모녀는 60살이 넘는 어머니가 식당일로 버는 월 150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생활해야 했다. 사실상 어머니 홀로 서른살이 넘은 딸 둘을 부양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성인이 되고 나서도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자녀에 관해 현재 기초생활제도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허선 순천향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외국의 경우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와 서른이 넘은 자녀의 가구가 독립돼 있었을 것이고, 일을 할 수 없는 자녀는 부모에게 맡겨지지 않고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성인이 된 자녀가 근로능력이 있으면 일을 찾아주고, 일을 할 수 없으면 별도의 기초생활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부양의무제다. 부양의무제는 수급 대상자의 부모나 자녀에게 재산이 있으면 그들에게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허 교수는 “현재 기초생활 보장제도가 그렇게 빈곤의 연대책임을 과하게 묻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가난한 부양의무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이런 문제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부양의무제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비수급 빈곤층’은 2010년 기준으로 117만명에 이른다. 부양의무제와 장애인 등급제 폐지운동을 벌여온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도 “질병이 있거나 장애인인 경우 성인이 돼 생활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부모가 부양의무자로 있으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될 수 없어 평생 부모의 짐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신청주의’를 ‘발굴 위주’로 빈곤층이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놓였더라도 스스로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신청주의’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복지전담 공무원을 늘리고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며 정부의 발굴 노력을 주문했다. 하지만 김 국장은 “정부 정책이 부정수급 방지에 맞춰지다 보니 공무원들이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복지 소외계층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기초생활 수급자 증가로 이어지는 정책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세 모녀의 비극의 또다른 출발점은 주거비 부담이었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공동대표는 “한국의 복지 중에서 가장 열악한 것이 주거 문제다. 고시원·찜질방 등 비주거용 주택에 사는 사람의 25%가 난방이 안 되는 곳에 살고 있고, 이들은 소득의 75%를 주거비에 쓴다”고 지적하고 “일단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늘려야 이런 비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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