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피해자 중 언니 소리(가명)의 주치의였던 경북대 소아정신과 정운선 교수가 9일 저녁 자신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의 책상엔 과거 치료를 담당한 아이들이 보낸 편지와 그림 등이 쌓여 있었다. 뒤편 모니터에 비치는 그림은 예전에 치료했던 아이가 성장한 뒤 자신의 회복 과정을 동화로 만든 것이다. 대구/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칠곡아동학대사건 피해자 소리
주치의 정운선 교수 첫 인터뷰
칠곡아동학대사건 피해자 소리
주치의 정운선 교수 첫 인터뷰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경북 칠곡 아동학대 사건의 결정적인 변곡점은 올해 3월19일 비공개 증인신문이었다. 사망한 아이의 언니 소리(가명·12)는 이날 “내가 동생을 죽였다”는 기존의 진술을 “의붓어머니가 발로 밟고 때려 동생이 죽었다”로 바꿨다. 이 진술로 인해 검찰은 지난 2일 계모의 상해치사 단독범행으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이를 받아들여 재판부는 11일 오전 의붓어머니 임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소리의 주치의였던 정운선(40) 경북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이를 “기적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소리를 직접 두 달간 입원시켜 보살피고 지금까지도 계속 치료를 맡고 있는 정 교수는 소리의 내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정 교수는 “학대받은 아동은 외상 직후에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없다. 소리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이가 스스로 회복하고, 마음이 자라 두 시간 동안이나 증인신문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성폭력 피해자를 돌보는 경북해바라기아동센터를 7년간 운영하는 등 아동학대 심리 관련 전문가로, 처음으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정 교수는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이명숙 대표변호사의 소개로 소리를 치료하기 시작했고, 치료가 효과를 보이면서 사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정신과적 치료와 수사당국의 협조 시스템이 잘 발휘된 모범적인 사례인 셈이다. 정 교수는 “아동이 죽고 나서야 관심이 생기고 지원이 늘어난다. 아이들이 죽기 전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칠곡과 울산에서 잇따라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현재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비극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어떻게 비극을 멈출 수 있을까.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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