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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전쟁속 굶주린 아기 꼭 품은 엄마의 눈을 본적 있나요

등록 2014-08-26 19:53수정 2014-08-26 22:22

콩고민주공화국의 솔레일이 아이를 안고 서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콩고민주공화국의 솔레일이 아이를 안고 서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내전속 성폭행 피하려 도망친 20살
숲속에서 의료장비 없이 둘째 출산
난리통에 남편과 헤어지고 또 피난
보호시설에 있지만 옷·음식도 없어

내가 전하는 한송이 ‘나눔꽃’이 세상을 밝고 행복하게 합니다. 나눔꽃 캠페인은 2009년부터 해마다 진행한 <한겨레>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는 ‘세이브더칠드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바보의 나눔’과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번 나눔꽃은 국제 아동 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합니다. 2000년 유엔에서 채택한 ‘새천년개발목표’ 달성 시한(2015년 12월31일)을 500일가량 앞두고 ‘5살 미만 영유아 사망률 감소’와 ‘모성 건강 증진’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짚어봅니다. 새천년개발목표는 191개 참여국이 2015년까지 세계의 빈곤 타파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 의제입니다.

지금도 전세계에선 한해 600만명 이상의 5살 미만 아이들이 꿈을 피워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납니다. 1990년 1260만명에서 2012년 660만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너무나 많은 어린 생명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 격차는 더 커졌습니다. 2012년 유니세프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5살 미만 영유아 10명 중 1명이 숨지고, 남아시아에서는 17명 중 1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발표했습니다. 5살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높은 상위 20개 나라 중에 13개 나라가 분쟁·폭력 사태가 발생한 지역입니다.

한겨레와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하는 나눔꽃은 모두 3차례에 걸쳐 진행됩니다. 1회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펴낸 <2014년 어머니 보고서>을 소개합니다. 2~3회는 방글라데시와 라오스를 취재기자가 직접 방문해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솔레일(20)은 콩고민주공화국의 동부 북키부주에 산다. 콩고민주공화국을 비롯해 사하라사막 남쪽에 있는 많은 나라에서 종족 갈등으로 유혈사태가 반복된다. 이 나라에서도 1998년 내전이 시작된 뒤 54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교전으로 숨진 사람보다 말라리아·설사·폐렴·영양실조·출산 합병증 등으로 숨진 사람이 더 많다.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5살 미만 아이들이다.

분쟁 지역 아이와 여성은 항상 성폭력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솔레일은 지난해 유혈사태가 재발하자 성폭행 위험을 피해 마을에서 도망쳤다. 그러고는 숲 속에서 둘째아이를 낳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이틀 동안 산통을 겪고나서였다. 애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이웃의 도움만이 솔레일이 의지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웃은 면도날로 탯줄을 잘랐다. 태어난 아이가 처음 덮은 것은 숲에 버려진 비닐이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릴 수도 없을 정도로 주변 환경은 열악했다. 솔레일이 16살에 낳은 첫째아이도 같은 상황에서 같은 숲 속에서 태어났다.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이 잠시 멈춘 사이 솔레일은 마을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난 1월 다시 싸움이 시작됐고, 솔레일은 다시 피난길에 올랐다. 그 와중에 남편과도 헤어졌다. 무장한 군인들이 오가는 마을로 여성이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쉽게 성폭행 대상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솔레일은 현재 북키부주의 한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갈아입을 옷 한 벌, 아이에게 먹일 음식을 만들 냄비 하나 가지고 있지 않다.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 국가들은 엄마와 아이가 살기에 가장 어려운 지역이다. 국제 아동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세계 178개 나라를 대상으로 5살 미만 아동 사망률 등을 조사한 내용을 담아 ‘2014 어머니 보고서’를 발표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니제르,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10개 나라가 엄마와 아이가 살기 어려운 최하위 10개국으로 선정됐다.

이들 국가는 내전을 경험했거나 현재 내전중이다. 의료진과 의약품, 전기와 수도시설 모두가 부족하다. 유니세프가 발표한 <2014 세계아동백서>를 보면, 분쟁이 벌어지는 22개 나라에서 사는 5살 미만 아이는 2억5000만명이 넘는다. 분쟁지역 아이들은 기초적인 의료서비스조차 받지 못한다.

4년째 내전을 겪는 시리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누르(22)는 만삭이던 지난해 여름 폭격을 피해 시리아를 탈출했다. 남편 압둘라와 카림(4), 오마르(3), 아잔(1) 등 아이들과 함께였다. 사막 먼지에 아이들은 쉽게 지쳤다. 공격이 두려워 닷새 동안 낮에는 몸을 숨기고 밤에만 이동했다. 사막을 지나 100㎞ 떨어진 난민촌까지 걸었다.

벨기에 루뱅대학 재난역학연구소(CRED)가 올해 펴낸 ‘2013 분쟁영향 보고서’를 보면, 내전 지역에서 폭력으로 1명이 목숨을 잃을 때마다 3~15명이 질병과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내전이 시작된 뒤 누르의 가족 역시 아이들 끼니를 해결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누르는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이면서 ‘저녁’이라고 속였다. 우유가 부족해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어른들이 먹는 빵을 먹어야 했던 막내는 칼슘 부족으로 이가 나지 않는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78개국 조사한 ‘어머니 보고서’
아프리카 10개국 질병·굶주림 심각
엄마와 아이 살기 가장 힘든 곳
의료·음식물 지원 한시가 급해

국제의료구호단체 ‘멀린’이 2010년 작성한 ‘죽음의 신세계’를 보면, 분쟁지역 보건 종사자 수는 최소 필요 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병원뿐만 아니라 출산을 도울 의사나 산파도 태부족하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인터뷰한 시리아의 한 의사는 “보통 시리아에서는 집에서 아이를 출산한다. 내전 이전에는 정부가 훈련한 전문 산파들이 출산을 도왔는데, 지금은 산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지역이 많다. 병원에 간다 해도 분만용 수술대나 겸자 같은 간단한 장비나 의약품조차 없다”고 했다.

자연재해도 엄마와 아이의 생명을 위협한다. 2012년 유엔개발계획은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95%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성별 생존율을 연구한 한 논문은 재난시 여성과 아이가 사망할 확률은 성인 남성의 14배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필리핀 레이테섬 팔로 지역에 사는 로리타(34)는 지난해 11월 딸을 낳았다.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섬에 상륙하자 로리타는 남편, 7살 아들과 함께 교회로 대피했다. 진통이 느껴졌지만 해일이 예보돼 있어 병원으로 갈 수 없었다. 며칠 뒤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로리타와 뱃속 아이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태풍으로 전기가 끊긴 병원에서는 촛불과 손전등으로 불을 밝혔다.

어렵게 출산한 뒤에도 몸조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태풍에 날아가버린 지붕과 천장을 수리하는 3주 동안 부엌 바닥에서 갓 태어난 딸과 함께 생활했다. 6000여명이 사망한 태풍 하이옌의 영향으로 필리핀에서는 최소 400곳 이상의 의료시설이 파괴됐다.

유엔이 2015년 말까지 달성하려던 ‘새천년개발목표’ 가운데 ‘유아 사망률 감소’와 ‘임산부 건강 개선’ 항목은 완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목표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의 80% 이상이 분쟁이나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엄마와 아이 사망의 56%가 분쟁과 재난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아동 등을 위한 무료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또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에서 기초의약품과 기초의료장비를 보급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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