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쪽이 긴 머리를 자르라는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수용자를 징벌방에 수감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1행정부(재판장 박강회) 2일 트랜스젠더 수용자 김아무개(34)씨가 광주교도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징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도관이 두발을 짧게 자를 것을 지시하거나 명령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허가 없이 보온 물병 덮개 등을 갖고 있은었던 것을 징계 사유로 삼은 것에 대해 “허가를 받으면 충분히 소지할 수 있는 물품에 해당해 경고 등 가벼운 징벌을 부과해도 수용시설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랜스젠더로 독방에 수감돼 있던 김씨는 지난 1월17일 오전 9시40분께 광주교도소 수용관리팀장이 이발을 강요하자 거부했다. 교도소 기동순찰팀은 약 35분 뒤인 10시15분께 김씨 방을 검사해 보온 물병 덮개 1개와 모포 3개, 부채 1개를 발견했다. 교도소 쪽은 1월29일 징벌위원회를 열어 김씨가 허가받지 않은 물품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금치 9일의 징벌을 내렸다. 인권단체 등은 감방 수색이 이발 거부에 대한 보복성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조사를 받을 때부터 징벌이 끝날 때까지 2월6일까지 21일 동안 징벌방에 감금됐다.
이 기간에 작업과 신문 열람, 작업 접견 등을 제한당했던 김씨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을 통해 지난 4월 광주교도소를 상대로 “징벌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광주교도소 쪽은 “김씨에게 두발을 단정하게 하도록 지도하였을 뿐, 강제로 이발을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수용자들을 강제로 이발하도록 하는 것은 현행법에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옛 행형법 제23조는 “수용자의 두발과 수염은 짧게 깎는다”고 하여 강제이발의 법적 근거를 뒀지만, 옛 행형법이 2007년 12월 개정돼 2008년 12월부터 “수용자는 위생을 위하여 두발 또는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옛 행형법과 같이 두발의 길이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재판부는 “교도관이 두발을 단정히 하라고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있지만, 두발이 단정하다는 것이 꼭 길이가 짧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두발을 묶는 등의 방법으로 단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교도관은 두발을 짧게 자를 것을 지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번 재판이 교정시설에 만연한 강제이발 조치를 근절하고 수용자를 부당하게 복종시키기 위해 징벌 권한을 남용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리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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