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가 수급자증 보였다’ 이유
일부 구청 “정보유출 우려” 거부
경찰 “제출받은 정보 모두 폐기”
일부 구청 “정보유출 우려” 거부
경찰 “제출받은 정보 모두 폐기”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한 ‘낙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제출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1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광주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지난 3월24일 광주의 5개 구청에 공문을 보내 “1985년 1월1일생부터 1965년 12월31일생까지 기초수급자 (남자) 인적사항 등 관련 서류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3월15일 광주 동구 ‘아시아문화의전당’ 건설현장과 가톨릭센터 외벽 등 16곳에서 “박근혜 정권 물러가라”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독재정권 물러가라”는 내용의 스프레이 낙서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힌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성이 “기초생활수급자증을 보여줬다”는 목격자 진술에 착안해 30~50대 기초생활수급 남성의 ‘전체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이에 동구·서구·북구 3개 구청은 기초생활수급자 2968명 명단과 주민번호, 사진 등의 개인정보를 경찰에 건네줬다. 그러나 광산구청과 남구청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대대적인 저인망식 수사에도 경찰은 용의자를 붙잡지 못했다. 김재연 의원은 “용의자가 대학생이라고 해서 특정 지역 대학생 전체의 신원을 뽑아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 단순 낙서범을 잡겠다고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기초생활수급자를 잠재적 범죄자 혹은 반정부 인사로 낙인찍는 과잉수사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시시티브이 화면이 어두워 지나치게 광범위한 연령대의 개인정보를 요청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제출받은 정보는 모두 폐기했고, 탐문 위주로 수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광주지방경찰청이 지난 3월 정권 비방 낙서범을 잡겠다며 광주 5개 구청에 기초생활 수급자 명단 제출을 요청한 공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