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10억 모아 내년 상반기 출범
긴급조치 9호는 1975년 5월13일 선포됐다. 국민 기본권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제약하는 유신헌법 제53조가 발동 근거다. 유언비어 유포, 유신헌법 부정 행위 등을 한 사람을 영장 없이 체포해 1년 이상 옥살이를 시킬 수 있는 ‘초헌법적 조치’였다. 심지어 이런 긴급조치 내용을 비방해도 처벌 대상이 됐다. 1979년 10월 박정희 정권이 막을 내릴 때까지 4년 넘게 1200여명이 긴급조치 9호에 의해 구속됐다.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 9호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국가 배상금을 모아 공익재단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민주인권평화재단’(가칭) 준비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연 출범식에서 “기억·지원·변화를 3대 과제로 하는 공익재단을 내년 상반기에 정식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긴급조치 9호 피해자 85명이 국가 배상금을 십시일반 모아 2억5000여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아직 배상 소송이 진행중인 피해자 50여명도 판결이 확정되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10억원 규모의 기금을 모은 뒤,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이나 기업들의 참여도 받을 예정이다.
재단은 기금을 민주화운동 인명사전 발간, 국가폭력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개발, 저소득층 장학사업, 민주화운동가 지원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준비위원장에는 ‘7080민주화학생운동연대’ 회장을 지낸 양춘승(60)씨가 선출됐다. 양씨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됐던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배상금을 받은 만큼, 이를 사회에 되돌려주자는 뜻에서 공익재단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부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이 배상금을 모아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기금’을 만든 바 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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