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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출판 실패 딛고 ‘아이패드 화가’로 재기

등록 2014-11-04 20:09

시니어 통신
농협 지점장으로 30여년의 직장생활 마무리를 앞두고 아쉬움보다는 ‘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설렘이 더 컸다. 21세기는 지식산업시대이고 문화의 시대라고들 하니 그에 맞게 퇴직 뒤의 장밋빛 꿈을 키워왔던 터였다. 남들이 부동산이나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은퇴 이후를 준비할 때, 나는 틈나는 대로 문화강좌나 화실을 찾아다니며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글은 주요 일간지 독자투고란에 실려 반향이 큰 때도 있었고, 그림을 그려 그룹전은 물론 개인전도 열었다.

2010년 퇴직 뒤 바로 집필에 들어갔다. 새벽부터 밤중까지 쓰곤 했다. 참고서적이 거실 군데군데 쌓였다. 1년 만에 <이젠 아빠를 부탁해>를 출간했다. 아내도 교정을 보며 크게 기대하던 그 책은 출판사만 괜찮을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출간 후 그림 개인전까지 열었지만 불황에 다소 비싼 그림을 인사치레로 사가는 친지나 지인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구성을 바꿔 두 번째 출간을 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퇴직 뒤 남들은 아끼고 작은 소득이나마 올리고 있을 때, 나는 상당한 투자를 하고 건진 게 거의 없었으니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실패한 거나 다름없었다. 집사람이 취업전선에 나서고 나도 취업문을 두드렸다. 베스트셀러를 꿈꾸던 작가의 심경은 초라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책 홍보를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배우러 다녔다. 그 와중에 아이패드에서 그림 그리는 앱을 소개받고 그 방면으로 특기를 살리라는 권유를 받았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간편하고 매우 재미있었다. 지난 6월 한국에선 처음으로 아이패드 그림 개인전을 열어 ‘아이패드 화가’로 불리기도 했다. 올해 세 번의 개인전을 열고, 내가 지도한 화우 아홉 명과 함께 그룹전을 열었다. 참여한 아마추어 작가들의 열기가 대단하고 관람객의 관심이 커 보람과 의욕은 더욱 커졌다. 아이패드 그림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팔 수 있어 거래가 활발하다. 이는 기존의 지식에 새로운 정보기술(IT) 지식을 접목한 결과다. 아직 정착된 단계는 아니지만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병길(61) 한겨레주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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