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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어느 은퇴자의 재취업 3전4기

등록 2014-11-11 20:11수정 2014-11-12 23:30

‘일자리 한마당’을 찾은 한 고령자가 구직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자리 한마당’을 찾은 한 고령자가 구직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시니어 통신
대기업에서 34년간 직장생활 한 뒤 정년퇴직했다. 퇴직금으로 아파트 잔금 치르고 서울에 둘째 딸 원룸 하나 얻어주니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내는 지금도 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못난 남편 만나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 정말 미안하다. 아내는 ‘삼식이’가 된 남편이 답답해 아침식사가 끝나면 빨리 집을 나가라고 으르렁댄다. 막상 집을 나가면 어디를 갈까 망설여지는 마음을 어느 누가 알까. 발걸음은 자연히 고용센터를 찾아가서 일자리 구해 달라고 적어놓고 일과를 마친다. 막상 사무직에서 일하다 퇴직을 하니 어디 갈 데가 없다. 뚜렷한 기술이 없으니 뻔하다. 청소부 아니면 경비 또는 막노동일밖에 없다.

신문 구직난을 읽다 전화해서 처음 간 곳이 오리공장이었다. 오리를 상자에 담으면서 얼음을 삽으로 퍼 넣는 일이었다. 어깨와 허리가 무척 아프고 냄새가 너무 나서 견디기 어려웠다. 일당 5만원을 포기하고 곧 그만두었다. 두번째로 호텔 청소부로 들어갔다. 새벽같이 출근해 청소뿐만 아니라 시키는 일은 뭐든 해야만 했다. 호텔이라 아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띄었다. 상대방은 모르지만 나는 금방 알아봤다. 먼저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나의 자존심이 또 그만두게 했다. 다시 빵집에서 직원을 모집한다기에 힘들지 않고 수월하겠지 싶어 출근했다. 그런데 웬걸.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오는 뜨거운 빵들을 누르고 내고 보내느라 쉴 틈도 없이 하루 내내 서서 일했다. 다리가 퉁퉁 부어 이튿날 반나절 만에 그만두었다.

지인에게 일자리 부탁을 해놓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얼마 뒤 연락이 왔다. 네번째 소식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 제품을 운송하는 회사다. 2주 뒤부터 근무 시작이었지만 일을 빨리 배울 욕심에 한 주 뒤부터 회사에 나갔다. 벌써 1년이 넘었다. 내 일이 안정을 찾자 가정도 화목해졌다. 나는 시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사실 퇴직 전 지방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헌정시집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와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에도 시 한 편씩 실렸다. 퇴직 이후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부단히 노력해 이겨야 한다.

김성대(61) 한겨레주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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